사람들의 사고는 일반적인 생각이나 판단과는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좀 더 과학적이고 심리학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에 다양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나갈 때 사회 구성원들 간 공감대는 높아지고 사회는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실험은 사람의 첫인상이 얼마나 그 이후의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A, B 두 집단으로 분류하고 특정 인물에 대해 순서를 바꿔 소개했는데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A 집단에는 특정 인물을 `샘이 많은, 고집이 센, 비판적인, 충동적인, 근면한, 똑똑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반면 B 집단에는 같은 말이지만 단어의 순서를 바꿔 `똑똑한, 근면한, 충동적인, 비판적인, 고집이 센, 샘이 많은` 사람으로 소개했다. 실험 결과 특정 인물에 대해 A 집단의 참가자는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내렸고, B 집단 참가자는 긍정적인 평가를 훨씬 더 많이 한 것으로 관찰됐다. 동일 인물에 대해 같은 정보를 제공했지만 정보의 순서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두효과(Primacy effect)는 첫 만남에서 남긴 인상이 상대방의 머릿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처음으로 얻은 정보는 뇌리에 남아 장기간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나중에 획득한 정보의 가치를 떨어 트린다.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0.1초에서 3초, 30초, 4분까지 학자들마다 의견을 달리하지만, 대개 길어봐야 3-4분 내 결정된다는 것이다. 초두효과는 첫인상이 그 이후의 정보와 상관없이 평가를 결정한다고 해서 `첫인상 효과`로 불리기도 한다. 또 3초 만에 첫인상이 결정된다고 해서 `3초 법칙` 이라고도 하는데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 돌아보게 한다.

사람들은 어쩌면 대인 관계에서 평생을 이 초두효과의 지배를 받고 살지도 모른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처음 듣는 말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뜻으로 첫인상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뇌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다 입수하기도 전에 너무도 빠른 시간 안에 상대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첫인상은 첫 만남 이후 7주가 지나 다시 측정했는데도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는 실험도 있다.

이 무시무시한 첫인상을 바꾸는 데는 얼마만의 노력이 필요할까.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되는데 이를 뒤집는 데는 무려 200배의 정보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이 `3초의 법칙`이 비단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행정수도 개헌`과 관련해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집단적 인식도 왠지 초두효과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사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논란과 무관하게 세종시는 행정수도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행정기관이 세종으로 이주해 왔고, 국회는 세종분원 설치를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정권이 바뀐다 한들, 세종으로 이전한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들이 다시 서울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헌법에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명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차선책이 행정수도를 포기하는 것도 분명 아니다.

세종시는 이미 행정수도의 길목에 들어섰지만 지역민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이는 2004년 헌재의 신행정수도 위헌결정이 시민들의 기억을 온통 지배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신행정수도에 대한 아픈 기억과 부정적 요소는 그 이후 나온 `세종시 수정안`으로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어쩌면 정부나 여야의 개헌안 중 차선책을 가려내지 않고 모두 믿지 못하는 것도 `행정수도 초두효과` 때문인지도 모른다. 초두효과를 뒤집는데 200배 많은 정보량이 필요하듯 행정수도에 대한 지역민들의 트라우마를 지우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의 200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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