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볼 수 있듯이 나무는 인간에게 무한한 이로움을 주는 존재다. 동화 속 나무는 소년에게 놀이터가 돼 준다. 청년이 되자 돈이 되는 열매를 준다. 더 자라서 결혼을 하게 되자 집을 지으라며 자신의 가지를 내준다. 어디론가 멀리 가고 싶다는 말에 몸통을 베어 배를 만들라고 한다. 시간이 흘러 노인이 돼 돌아온 소년은 밑둥에 앉아 쉰다. 한자 `쉴 휴(休)`에서도 나무는 인간이 기대 쉴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4월5일 식목일은 국민식수(國民植樹)에 의한 애림사상을 높이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왕이 직접 농사를 짓는 친경 등 민족사와 농림사상에 뜻 깊은 날일 뿐만 아니라 계절적으로 청명(淸明)을 전후해 나무 심기에 좋은 시기라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해 처음 기념일로 지정했다. 그 뒤 1960년 공휴일에서 폐지했다가 1961년 다시 공휴일로 부활됐다. 그러나 공공기관 주5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2006년 다시 공휴일 목록에서 빠졌다. 직장인들은 유일한 4월 공휴일이 사라지자 `잔인한 4월`이라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인간을 괴롭히는 심각한 환경 문제지만 나무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최근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식목일의 공휴일 재지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국회의원은 지난 4일 식목일을 공휴일로 재지정하자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식목일은 단순히 `나무 심는 날`을 넘어 환경의 중요성을 되짚어보는 뜻 깊은 날이었다"면서 "식목일의 공휴일 지정으로 `도시숲 확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숲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에 비해 평균 26%, 초미세먼지 농도는 41%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들이 `미세먼지 먹는 하마`인 셈이다.

공휴일 폐지 당시 근로일수가 줄게 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설득력을 가졌지만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요즘 사회 여건에서 1년 중 하루를 나무와 자연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큰 경제적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이 곧 돈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무를 사랑하는 날을 기념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이 될 수도 있다.

이용민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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