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드보복`을 철회하겠다고 한 모양이다. 지난 30일 한국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통해서다. 양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3대 사드보복 조치` 해제에 대해 언급했다.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보게 될 것이며 믿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양 위원은 시진핑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을 한 고위급 인물이다.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차원의 사드보복 조치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중국이 사실상 이를 인정한 셈이다.

본격적으로 중국이 사드보복에 나선 건 지난해 3월부터다. 표면적으론 보복이 없다면서도 치졸하고 교묘한 수법을 동원했다. 한류 콘텐츠를 규제하는 이른바 `금한령`이 내려졌다. 한국 기업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표적 보복도 이어졌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행 금지도 마찬가지다.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무차별 집중포화를 맞았다. 소방점검이라는 명목아래 중국내 롯데마트가 영업정지로 줄줄이 문을 닫았다. 결국은 사업까지 접었다. 직격탄을 맞은 롯데는 물론이고 한국 수출기업들도 옥조임을 당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의존했던 면세점과 화장품 등 유통업계 타격도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보복 조치로 입은 피해액이 2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0.4% 낮아졌다고 할 정도다. 작년 3월 이후 1년 동안 롯데가 입은 피해만도 2조 원 이상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무리가 된 것도 아니다. 중국내 롯데마트 점포를 전부 매각하려고 내놨지만 사려는 기업이 없다.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삼성과 LG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따돌림 당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처는 한심스럽다. 기업들이 피해를 당하는 걸 알면서도 속수무책이다. `사드보복은 없다`는 중국 당국의 말을 철석같이 믿어서 일까.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형국이다. 세계무역기구에 제소라도 해봐야 하지만 이마저 포기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라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이 당하면 정부가 나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텐데 속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돈 앞에선 누구나 냉혹해지는 법이다. 국가 간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보라. 통상에선 동맹도, 혈맹도 없다. 오직 자국 이익만 있을 뿐이다. 갖은 압박과 철강관세로 FTA 개정을 이끌어냈다. 협상이 잘 타결됐다 면서도 서명은 않고 여전히 뭉그적거리고 있다. 더 얻어낼 것이 없는지 찾고 있다. 결국 환율 문제에 이어 미국산 사과·배 수입 허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술 더 떠 트럼프는 FTA 개정을 북한과의 협상이 끝날 때가지 미룰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통상이익을 위해서라면 북한이고 중국이고 다 연계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이라고 해서 다를 리가 없다. 보복을 철회한다고는 하는데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수사(修辭)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민이나 기업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둘러댈 수도 있다. 사드보복을 철회한다고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하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 때도 시진핑 주석이 전면 철회를 밝힌 적이 있다. 그 이후로도 달라진 건 전혀 없다. 한국행 단체관광도 풀리지 않았다.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차량은 차별당하고 있다. 중국내 롯데마트는 여전히 매각조차 못하고 있다. 립 서비스로 그치는 게 아닌가 걱정되는 이유다. 결국 중국의 사드보복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그 끝이 언제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