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마트에서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 지르는 한 초등학생 발달장애인이 있다. 장을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아이에게 쏠린다. 아이 엄마는 장을 마저 보지 못한 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아이를 데리고 마트를 떠난다. 지하철에서 청년 발달장애인이 자리에 앉아 앞뒤로 머리를 계속 흔든다. 옆 자리가 비었는데도 선뜻 앉으려는 사람은 없다.

길에서, 지하철에서, 마트에서 우리는 발달장애인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몸이 비켜간다. 성인 발달장애인에게는 두려움과 혐오의 시선을, 발달장애 아이와 부모에게는 측은한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 길을 나설 때마다 쏠리는 수많은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몫이다.

저자에게 장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전까지 자신이 알던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속도로 자라는 아이를 키우며 숱한 좌절을 겪었다. 태교 삼아 공부했던 육아 지식은 아이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장애 아이 육아는 상상 이상으로 고되었지만, 가장 힘든 건 아이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 시선이 싫어서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아갸갸갸`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아이의 입을 막기 바빴다. 그렇게 고개 숙인 장애 아이 엄마로 살기를 10년. 문득,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가 `동네 바보 형`이라 불리며 평생 이방인으로 살까 두려워졌다. 발달장애인이 친구이자 동료, 이웃집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장애인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책은 길에서 장애인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비장애인을 위한 책이다. 저자가 2016년 11월부터 약 2년간 한 온라인 매체에 연재한 `동네 바보 형`을 새로 정리한 것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차가운 시선은 칼이 되지만, 담담한 시선은 숨통이 된다. 저자는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면 치료실, 학교가 아닌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많은 경우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발달장애 아이들이 세상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한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든 부모는 자꾸 아이를 숨기게 되고, 밖에서 떼를 쓰는 아이는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훈육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시선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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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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