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 존재는 생멸변화(生滅變化)하고 이합집산(離合集散)해 항구불변(恒久不變)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불교에서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게 무상변이(無常變異)하고 있지만, 그런 현상이 아무렇게나 멋대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 속에는 일정한 법칙이 상주(常主)해 그에 입각해서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無常)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무상한 것 속에 상주하는 법칙의 존재야말로 더욱 중요한 사실이다. 불교의 삼법인설(三法印說)을 보면 재행무상(諸行無常)·제법무아(諸法無我)·열반적정(涅槃寂靜)으로 무상 속에 상주하는 법칙을 말하고 있다. 또한 이모든 생멸의 변화가 연기(緣起)되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연기라는 발생법에는 인과(因果), 인연(因緣), 상의상관(相依相關) 등의 모든 불교적 개념이 포섭돼 있다. 이러한 연기법 안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지혜롭고 가치있는 삶을 사는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어떠한 실천행을 해야 인간으로서 가장 가치있는 삶이 됩니까" 라는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의 마음으로 사섭법(四攝法)을 실천하라"고 답하셨다.

사무량심(四無量心)이란 남을 대할 때의 올바른 네 가지 마음가짐으로 ①자무량심(慈:남을 평등하게 사랑하여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대하는 마음). ②비무량심(悲:남의 고통을 함께 슬퍼하며 그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 ③희무량심(喜:남의 기쁨을 진정한 자신의 기쁨으로 생각하는 마음) ④사무량심(捨:남을 대할 때 아무런 치우침 없이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이고,

사섭법(四攝法)이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보살의 네 가지 실천덕목으로 ①보시(布施)섭( 재물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베품) ②애어(愛語)섭(진실되고 사랑스런 말로 대하는 것) ③이행(利行)섭(모든 중생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 ④동사(同事)섭(모든 중생들과 함께 일하며 즐거워하고 고통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가장 가치있고 아름다운 삶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보다 남을 더 배려하고 위하는 삶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 사회에서 이슈가 된 것 중에 하나가 "영미,영미" 외쳤던 평창동계올림픽 여자부 컬링경기였을 것이다. 서로 배려하고 화합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환호하고 격려하고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혼자의 힘이 아닌, 협동의 힘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경기라서 더욱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소통과 화합은 목표나 이해관계가 충돌해 상대방을 강제로 굴복시키거나 제거해서 목표를 달성하려는 투쟁과 사회 분열을 막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다. 투쟁보다 소통과 화합은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사회 곳곳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소통하고 화해하며 상생하면서 모든 갈등과 고통을 걷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화합은 상생과 공존의 근간이다. 항상 탁마하며, 바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다투지 말고, 갈등하지 말아야 한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일부터 시작해 그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배타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그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살핀다면 훌륭한 화합공동체를 이루는 첩경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투쟁의 역사를 뒤로하고 소통과 화합으로 온 국민이 뜻을 모은다면 남북통일은 물론이요, 세계평화를 이끌어 가는 중심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무량심의 마음으로 사섭법을 실천해 차별 없는 자비를 베풀 수 있으면 더 이상 괴로움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사회를 위해 진정한 자비를 일구고 가꾸어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행복해 지는 길이며,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방법일 것이다. 자비로 뭉쳐 모두 함께 자비나눔을 실천해 간다면 이곳 사바세계가 바로 불국토가 될 것이다. 불국토가 되는 그날까지 자비희사(慈悲喜捨) 자비나눔이 이어지길 발원한다. 설문 용수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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