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는 놀랄만한 발전을 지속했으며 이제는 선진국처럼 저성장·고령화의 안정기에 진입했다. 1960년 전체 인구의 39.1%에 불과하던 도시지역 거주인구, 즉 도시화율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2005년 90.1%로 상승한 이후 2016년에는 91.8%로 소폭 증가했다. 1970년대 10.3%에 이르던 경제성장률도 2010년 이후에는 2-3% 수준에서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7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시작되었고 2028년부터는 전체인구의 감소가 예상된다.

사회경제적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개발방식도 변화했다. 고도 성장기에는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 공장용지난, 콩나물 학급 해결 등이 현안이었다. 단기간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택지개발촉진법`과 `주택건설촉진법`,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의 특별법을 제정하고 신개발사업에 주력했다. 구도심의 쇠퇴 및 낙후현상이 구체화되면서 기성시가지 정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대표되는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과 소위 뉴타운사업으로 불리는 재정비촉진 사업이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지정면적, 지구나 구역지정과정에서 주민참여 절차 미흡, 기반시설 설치주체의 모호성, 전면철거형 사업방식에 따른 세입자나 임대상인의 낮은 재정착률, 민간주도의 사업추진방식으로 인해 사업성이 낮은 지역은 사업추진이 불가능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2013년 6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었는데 도시재생을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라 규정하고 유형·무형의 지역자산을 조사·발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자산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 주택, 문화재와 같은 구조물 형태뿐만 아니라 리더십, 지역주민간 끈끈한 유대관계, 사회안전망 구축과 같은 사회적 자산의 유무도 중요하다. 지역주민들이 깨끗한 공기와 물, 산책길, 호수와 숲 등 자연자산에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또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거나 창업교육 기회가 많은 지역의 경우 경제적 자산이 풍부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도시에는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공존하며 기성시가지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복잡한 도시생태학적 네트워크가 있다. 도시개발에서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지역의 고유자산(regional assets)은 존중되어야 하며 지역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방식은 기존 철거형 정비방식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성시가지의 쇠퇴나 인구감소를 경험한 선진국 도시에서는 이미 지역자산을 활용하는 도시재생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과 지역주도, 민자유치를 통해 도시별 특성을 반영한 사업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역사·문화자산이 많은 도시에서 지역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재생사업은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도시브랜드로서의 이미지 향상과 정체성 강화,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도시환경의 어메니티 향상과 같은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지역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으고 협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고 공론화 과정에서 지역문제를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데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특정주체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하여 협의하면서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활동의 자생력 확보와 지속성 유지, 인적 네트워크와 같은 무형의 지역자산을 적극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이왕건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실증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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