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평소 기후변화가 인류 멸망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 왔다. 호킹 박사는 지구온난화 수준이 `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점(티핑포인트, tipping point)`에 근접했다며, 지구가 금성처럼 기온이 치솟고 황산 비가 내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천재 물리학자의 경고를 차치하고서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고통은 이미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월 초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때 아닌 폭설과 한파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공항 폐쇄와 철도 운행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혹한과 혹서, 가뭄, 국지성 폭우 등이 불쑥불쑥 찾아오며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충남의 경우 몇 년 째 가뭄이 반복되며 물 부족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 같은 기후변화에는 자연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이 있는데, 인위적인 요인 중 산림 파괴는 이산화탄소 흡수원 제거로 기후변화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팀은 1980-90년대 산림 벌채 영향으로 증가했던 동남아시아 지역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0년대 들어 10분의 1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기온을 상승시키는 엘니뇨 현상이 2000년대 들어 없었던 탓에 가뭄과 산림 화재가 줄었고, 생태계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가 늘어났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화재 자체가 줄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한 영향도 있겠지만 산림 파괴가 줄자 숲이 늘었고, 늘어난 숲은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육상 생태계의 유일한 탄소 흡수원인 숲을 조성하고 잘 가꾸는 것은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이 연구는 뒷받침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황폐화 됐다. 사람이 사는 곳과 가까운 산은 어김없이 민둥산으로 변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산림녹화 정책 덕분에 현재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개발도상국`으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흡수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양은 1㏊당 연간 7t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일반 가정 4가구, 또는 승용차 1대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 규모다.

산림이 온실가스 흡수원이자 탄소 저장고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숲가꾸기와 흡수원 조림 등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숲가꾸기는 산림의 건강성을 높여 병충해 및 산불 발생을 억제시킨다. 나무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더 많은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켜 정서를 순화시켜 주는 사회적인 효과도 있다.

흡수원 조림은 유휴농지에 숲을 조성하는 것과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나무를 갱신하는 방법 등이 있다. 목재 생산 기능이 부여된 숲은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벌채하고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것이 기후변화 완화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도에서는 산림이 탄소 흡수원 확충 등 제 기능을 발휘하고, 미래 세대에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 조성 사업은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가 `숲은 생명`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함께 숲을 지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무심기 좋은 4월, 숲 사랑 정신을 가슴 속에 심는 건 어떨까? 문경주 충남도 기후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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