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자들은 우리 뇌의 작동원리를 이용해 의식적 사고방식과 무의식적 사고방식을 연구한다. 그들은 `우리는 뇌의 지시대로 움직이며 상당부분 무의식적인 신념을 근거로 행동한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우리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사회·정치적인 결정도 이미 뇌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개념화된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 틀이 `프레임`이며 뇌 안에 지어진 개념의 집이다.

인지 언어학자 G.레이코프는 우리 두뇌에 개념화된 틀, 즉 프레임이 한 번 형성되면 그것을 부정할수록 더욱 활성화되고 강해진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주장을 상대편이 쓰는 언어로 하게 되면, 듣는 사람들의 뇌에는 상대편의 프레임이 더욱 활성화되어 우리의 주장이 주관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은유적 사고와 감정이 합리성과 거리가 있듯이, 잘못 개념화된 프레임은 사람들에게 생각과 판단의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이익에 기초하여 사고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인지과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 자신이 동일시하고 싶은 것에 더욱 호감을 느끼며, 눈앞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상과 기억 속에, 책과 꿈속에 등장하는 사람에게도 감정이입이 되어 상상하는 뇌와 행동하는 뇌가 겹친다는 주장이다.

신경과학자에 의하면 언어와 이미지는 사용빈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자주 사용되고 노출될수록 그 힘은 더욱 강화되는데, 가령 공적 담론에서 승패는 어휘논쟁에서 좌우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대중의 사고 프레임을 구성하는 전략은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언어와 이미지의 사용인데, 앞서도 언급했듯이 철저하게 지킬 것은 우리의 언어를 사용하고 상대편의 언어를 쓰지 않는 것이다. 신경학자들은 `우리들 뇌의 신경회로는 익숙한 것이 아니면 중요한 진실을 인지하고도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아울러서 지속적인 논의와 헌신이 없으면 아무리 멋진 슬로건이라도 뇌의 저인지를 극복할 수 없으며, 만일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버려진다니 충격이다.

프레임에도 심오한 은유가 숨겨져 있다. 인지과학자들도 무의식 차원의 개념적 은유로 파고들었고, 관념화된 은유적 프레임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한 가지 예로 `기업도 사람이다`라는 슬로건은 어떻게 들리는가? 재력이 있는 기업인들이 지속적으로 이 슬로건을 부르짖는다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기업이 사람으로 인식되고 각인되어 강력한 프레임이 형성될 것이다. 기업이 사람으로 둔갑하여 우리들을 지배하는 예는 흔하다. 주유소, 패스트 푸드점, 무인 정산기, 대형마켓 등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셀프 서비스가 그렇다. 마치 우리의 편의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공짜로 일을 시키는 수단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는 소소한 이점도 있지만 가만히 들어가 보면 `셀프 서비스`는 우리를 지배하는 강력한 프레임이다.

G.레이코프는 빌딩에도 많은 은유가 스며있는데 1만 년을 버틸 수 있도록 지어진 세계무역센터가 9·11테러로 허무하게 무너짐으로써 미국이 미래에도 `언덕 위에 빛나는 도시로 서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W.부시는 미국을 공격하는 자는 누구든지 악임을 천명하며, `악의 축`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 문학적(?) 은유는 이란, 이라크, 북한을 가리키는데 사용되었고,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세계인들의 관념의 세계에 이식되었다. 악의 축 개념은 세계 언론을 통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사용되어,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되었고,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과 생활 터전을 잃었다.

인지 과학이 발견한 것은 인간들은 은유적 프레임을 통해서 사고하며, 만약 진실이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으면, 프레임은 유지되고 진실은 무산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에 한 번 자리 잡은 프레임은 웬만해서는 내쫓기 힘들다. 이제 우리의 바람과 가치를 담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4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 은유적 프레임을 걸어야 할 때다. 그 은유적 프레임으로 `평화의 축(Axis of peace)`은 어떨까? 맹주완 아산문화재단 상임이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