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양에서는 `봄이 온다`는 이름의 문화예술 공연이 진행 중이다. 이 공연에는 조용필, 이선희, YB, 백지영, 서현, 베드벨벳 등 남한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동참하고 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연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남한에서 있었던 북한 예술단의 남한 공연에 대한 답방의 성격을 띤다. 2005년 조용필 공연 이후, 13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번 평양 공연에 대해, 국민들은 남북의 화합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디 남북통일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남과 북의 문화예술은 그 정체성이나 공연 방식에서 상당히 이질적이다. 남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문화예술을 보면 매우 교조적이고 정치적이다. 북한의 문화예술은 주체사상 혹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국가 이념이나 혁명을 위한 정신적 무기로서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자연히 개인적 정서보다는 공동체적 일체감이라는 코드에 맞추어져 있고, 외래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전통적이고 민족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에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한의 문화예술은 지나치게 서구적이고 자유분방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문화예술은 집단적 이념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추기 마련이다. 남한에서 문화예술은 상업주의와 결합을 하면서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을 받는다. 문화예술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수요에 부응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문화 예술은 개인의 취향에 기초하여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외래적인 성향을 띠지 않을 수 없다.

남과 북의 문화예술은 70여 년에 달하는 그 분단의 기간만큼이나 이질적 간격이 한참 멀어져 왔다. 문제는 이러한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하여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해 가느냐의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이질감을 하루아침에 극복하는 묘책은 없다. 남과 북의 예술단이 상호 교차 공연을 몇 차례 교환한다고 그 이질감이 완전히 해소될 리는 만무하다. 그저 꾸준하게 문화예술 교류를 하면서 언젠가는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서울과 평양뿐만 아니라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신의주, 개성, 함흥 등 한반도 전역에서 문화예술의 교류를 더 빈도 높게 실천하여 그 희망을 키워야 한다.

또한 이질감 해소를 위해 남북한 사람들은 상대의 문화 예술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즉 상대방의 문화예술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남북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제 하의 문화예술과 공산주의 체제에서의 문화예술은 그 기본적 성격부터가 다르다는 점을 상호 인정해야 한다. 남한이나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것이 우월하고 상대방의 것이 열등하다는 식의 접근은 이질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질감 극복을 위해 남북한 사람들은 상호 문화예술의 차이점을 개성 혹은 색다른 점으로 보는 태도도 필요하다. 문화예술에서 개성은 그 향유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가령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삼지연 악단의 공연을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폄훼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즐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북한 사람들도 남한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서 북한에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즐긴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가 보면 언젠가는 남북한 문화예술의 이질감을 극복할 날이 올 것이다.

원컨대, 남북 문화예술 교류를 더 확대하여 통일의 봄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중가요 분야뿐만 아니라 문학 분야나 미술 분야, 무용 분야, 영화 분야 등에서도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능하다면 셔틀 공연 형식으로 정기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지역도 한반도 구석구석으로까지 더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정치적이고 전면적인 통일을 위한 정신적, 정서적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문화예술처럼 유용한 것은 없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평양에서 부르는 `봄`의 노래에 많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형권 충남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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