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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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력 교육체계가 통합인재 중심 직무기반 교육체계로 전환되고 출연연 안팎에선 성과 위주의 PBS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금까지 관행으로는 급격한 환경변화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최근 2018년 교육체계 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과학기술인 역량개발표준서(SDF)를 기반으로 통합역량체계를 구축하고 이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KIRD 조성찬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란 지론을 갖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리더십과 사회문제에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SDF(과학기술인 역량개발표준서)는 직무중심의 교육체계로서 과학기술인력의 직무역량을 입체적으로 개발하는 획기적 도구"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통합역량 기반 인재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KIRD의 교육 개편은 철학, 내용 및 범위, 대상의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중심의 교육체계다. 기존에는 R&D 전주기 기반이었으나 △연구자(Researcher), △연구관리자(Research Manager), △정책입안자(Policy Maker) 각각의 직무역량에 기반해 운영된다. 연구개발 과정의 부속품이었던 과학기술인이 주체가 되는 셈이다.

또 그동안 운영해 온 R&D 역량 중심교육을 확대해 사회적 책무에 따른 역할 수행과 연구공동체 목표 달성에 필요한 리더십 역량, 타 분야와의 융합과 효과적 소통을 위한 공감역량 등을 추가했다. 교육대상 범위도 기존의 출연(연) 중심에서 산·학·연·관 등 국가R&D 수행주체 전반으로 넓혔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변혁 교육로드쇼`의 경우 지난해 출연(연) 연구자 약 1700명을 대상으로 10차례 열렸지만 올해는 10개 시도 지방공무원 3000명을 대상으로 10차례 운영한다.

출연연 연구환경을 황폐화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Project-Based System)도 사람 중심의 새로운 PBS(Personnel-Based System)로 대체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PBS는 출연연이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토록 하는 제도로, 연구기관간 경쟁을 활성화해 생산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1995년 도입됐다.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지만 지금은 그저 직접비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PBS가 있어 그나마 연구비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현장 연구자들은 대부분 제도 전면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사)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연총)는 `출연(연) 임무 재정립을 위한 제도 개혁 PBS 전면 개편`을 주제로 한 2018 제1회 콜로키움을 열었다. 연총에 따르면 최근 21개 출연연의 회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4주간 진행한 `PBS 찬반 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743명 중 681명(91.6%)이 제도 폐지에 찬성했다.

이날 `Post-PBS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류영수 KISTEP 평가분석본부장은 "기술,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대변혁이 예고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동안 우리나라가 추진해온 선진국을 따라잡는 방식의 추격형 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하고 "안전, 미세먼지, 에너지 등 과학기술의 다양한 사회적 역할이 기대되는 환경에서 자율, 창의, 사람 중심의 포스트 PBS 시스템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여한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 윤길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협회장, 이민형 STEPI 선임연구위원 등도 "과학기술연구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목표로의 요구가 커지고 있고 출연연은 대학이 못하거나 기업이 안하는 도전적이고 파괴적 혁신의 원천기술에 도전해야 한다"며 PBS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단기 성과에 목을 매는 구조에서 인건비 지원 비율을 높여 중장기 연구에 몰입할 수 있고 성실실패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연구개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출연연 혁신방안`에서 PBS 제도를 전면 검토키로 했다. 또 과학기술혁신본부 주관으로 지난 4개월간 진행된 연구제도혁신기획단은 PBS 제도 전면폐지를 확정키로 했다.

양수석 연총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현장의 목소리를 건의한 결과 과기부도 올 가을 정도까지는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도 스스로 먼저 대안을 검토하고 Post-PBS 시대에 임무중심형 출연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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