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상대방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 그것은 나의 세계에 다른사람이 들어와 그 곳을 가득 채워 버렸다는 의미가 아닐까.

"넌 나고 난 너야"로 시작하는 노래 가사처럼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983년 여름 이탈리아의 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짧고도 강렬한 첫사랑의 이야기다.

그 곳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로 널 부를게"라며 서로가, 그리고 하나가 된다.

영화의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할 때 우리가 얼마나 변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열 일곱 엘리오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별장을 찾은 스물 넷 올리버와 점점 가까워지며 서로의 마음을 여는 모습은 첫사랑의 설렘과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애틋함과 애절함 모두를 선사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렬하고도 짧은 여름 속 서로에게 다가가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성별을 떠나 잠시 있고 있었던 첫사랑이란 무엇이었는지 떠올리게 한다. 또 엘리오는 영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곤 하는데, 그의 피아노 연주와 영화 곳곳에 녹아있는 음악들 역시 필름사진 같은 영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영화가 주는 시각 적인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의 배경이었던 리비에라(Riviera)지역 리구리아(Liguria) 주 대신 롬바르디아(Lombardy)의 크레마(Crema)에서 촬영됐다. 구아다니노 감독이 자신의 유년 시절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한 만큼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 영화는 실제 구아다니노 감독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크레마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관객들을 햇살에 취하게 만들자`는 의도처럼 보는 것만으로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느끼게 만든다.

감독은 "이 영화는 풍경까지 캐릭터들을 표현하는데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촬영 장소에 대해 깊이 고민한 사실을 밝혔다. 이어 "실제로 나는 크레마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의 지형과 생활 방식을 잘 알고 있었고 극 중 아들인 엘리오에게 문학과 음악, 예술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고 싶은 펄먼과 아넬라의 특징을 잘 반영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고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극 중 주요 촬영 장소였던 엘리오 가족의 집은 크레마에서 몇 분 걸리지 않은 곳인 모스카차노(Moscazzano)에 있는 일반 가정집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이었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오랜 시간 공들여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과 지중해의 나무와 바다,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는 첫사랑의 강렬하고 뜨거운 감정을 표현하기에 완벽했다. 분명 한국의 여름은 습하고 짜증이 날 테지만, 이 영화를 통해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은근 슬쩍 여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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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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