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근거없이 떠도는 소문. 아무런 의미도 없이 내뱉는 이 루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회자되며 대체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재생산된다. 루머는 한 번 퍼지면 다시 되담을 수 없는 지속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의적이고 의도적으로 퍼트리는 악성루머는 전달과정에서 갖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한 개인의, 조직, 나아가 기업, 사회 등 사회주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을 전달한다.

한 번 퍼진 루머는 시공간을 떠나 급속도로 번질 수 밖에 없고, 피해자들은 이를 해명하는 데 급급하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환원할 수 없는 심리적, 물질적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적폐와 다름 없는 갖가지 악성루머가 충청민을 벗삼아 소주를 제조, 판매해 온 향토기업을 괴롭히고 있다. 아직 루머의 출처도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외국매각을 거론하며 슬며시 접근하는 것을 보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주류사의 행위로 짐작되고 있다. 기업은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기업경영으로 청년취업을, 그 청년이 사회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민다. 그 가정은 기업이라는 울타리 속에 경제활동을 한다.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 등 유무형의 가치가 발생한다.

12년 째 이 기업을 다니고 있는 한 직원은 SNS에 "이 기업에서 꿈을 키워왔고, 월급봉투로 아내와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며 "어머니에겐 자랑스런 아들이었고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소중한 직장"이라며 해외매각 사실이 거짓임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악성루머는 한 기업의 운명과 이 기업과 연관된 수 백명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을 수 있다.

책임질 수 없는 막말과 악성루머 배포는 반드시 발본색원해야한다.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날로 치열해지는 기업간 경쟁구도 속 언제든 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향토기업을 지키기 위한 지자체의 강력하고 엄격한 대응책 마련은 필수다.

기업유치를 내세우기 앞서 악성루머에 속수무책으로 각종피해를 당하고 있는 지역기업의 실상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수 년간 지역민에게 아무런 조건없는 문화콘텐츠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 이 기업과의 의리와 정을 지켜가는 게 충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배려와 도리다.

김대호 지방부 청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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