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자원의 이용에 관한 국제적 협약인 나고야 의정서가 오는 8월에 발효된다. 나고야 의정서는 외국의 생명자원(식물, 동물 등)을 이용해 개발된 상품으로부터 얻은 이익을 원산지 국가에게 이익의 일부를 제공하는 국제 협약으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됐다. 이제 외국에서 가져온 생명자원을 활용한 신약과 먹거리를 만들 경우 그 수익의 일부를 해당 국가의 법률에 의해 제공해야 한다. 특허의 로얄티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자원의 부국인 나라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자국의 생명자원 이용시 최대 10%의 로얄티를 받을 수 있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2009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중국의 팔각나무 씨앗의 추출성분으로 만들어졌다. 타미플루는 1996년 미국의 제약회사 길리아드가 개발 한 뒤 다국적 회사인 로슈가 특허권을 사들여 독점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독감 치료제다. 로슈의 수익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2009년 상반기에만 13억 달러를 판매 했을 정도다. 2016년에 한국에서 판매된 타미플루가 591억 원에 달할 정도니까 전 세계의 판매량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그러나 타미플루 개발의 원천 소재를 제공한 중국은 단 한 푼의 로얄티도 받지 못했다. 만약 타미플루가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된 후 개발 됐다면 10%의 로얄티를 받았을 것이다.

인도는 중국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자국의 생명자원을 이용해 특허를 받은 권리를 무효화하기 시작하는 등 자원부국들의 이권 챙기기가 본격화 되고 있어 국내의 바이오산업(제약, 화장품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의 제약이나 화장품의 원료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씨앗, 나무 잎 등 생명자원을 활용한 제품의 비중은 의약품이 63.7%, 화장품은 44.2%에 달한다. 이중에서 해외 생명자원의 이용 비중은 의약품 69.8%, 화장품은 43.7%에 이른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약과 화장품 4개 중에 하나는 외국에서 가져온 생명자원을 활용한 제품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각국은 생명자원 중점 관리 기관을 지정해 생명자원의 체계적인 확보·보존·활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을 중심으로 전국의 네트워크망을 구축해서 자원을 발굴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영국 자연사박물관, 독일의 왕립수목원박물관, 스웨덴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중심이 되고 있고 일본은 국립과학관박물관이 중점 관리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지난 2007년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생명자원의 확보 관리 및 활용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어서 2009년에 `생명연구자원 확보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제정과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부처별로 소관 생명연구자원 확보와 관리 및 활용 정책을 수립했다. 중점관리기관으로 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생물표본과 같은 실물을 관리하는 기관을 지정해 자원의 발굴과 확보에 주력 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한국에 자생하는 1만 5000종의 새로운 생명자원을 발굴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28일과 29일 양일간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 한국위원회가 처음으로 개최된다. 7개 부처의 생명자원 담당관 및 부처의 전문가 15명이 모여 한국의 생명자원의 효과적인 확보 관리 및 활용을 위한 토의 등을 하게 된다. GBIF는 2000년 OECD 국가를 중심으로 설립됐고 생명자원은 인류의 자산이고 전 세계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생명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약 9억 8000만 건의 생명자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GBIF 한국사무국(국립중앙과학관)이 중심이 되어 개최되는 이번 한국위원회 회의를 통해 나고야 의정서 발효이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부처간의 대응전략과 상생 협력부분에 대해 논의 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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