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은 본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황당한 일에 직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보이스피싱을 이용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거나 개발 정보 등을 악용한 확인되지 않은 부동산투자를 권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특히, 첨단 상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금융시장에서는 더 더욱 그러한 일이 잦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상황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순간의 실수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겪은 후 왜 차분하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에 뒤늦게 후회하게 된다.

요즘 금융시장에는 예금, 적금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 외 정보통신(IT)기술의 발달로 첨단 금융공학기법을 적용한 파생금융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 종사자들조차도 그 상품의 특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소중한 재산의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 그 상품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원금이 보장 되는 지, 긴급한 필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중도 해지하는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지, 판매과정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은 합당한 근거로 산정됐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2013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모 그룹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당시 그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또는 기업어음(CP)투자자들은 발행기업의 재무상황과 투자위험이 대부분 시장에 공시돼 있었음에도 이러한 위험요소보다는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투자의 우선 순위로 고려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을 규율하는 관련 법령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판매 현장에서 필수적인 사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은 상품판매 실적을 의식해 상품의 위험 요소 등에 대해 설명을 소홀히 하고, 예상 수익률 등 투자자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부각시켜 이후 소비자와 판매자간 분쟁이 야기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금융상품을 포함한 모든 재화는 생산 원가와 판매자의 이윤 등이 포함돼 그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상품의 수익률이 유사한 상품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면 상품에 내재된 위험요소가 반영됐는지, 수익률은 적정하게 산정·제시됐는지를 알아보고 투자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제대로 된 업자라면 자기가 생산한 상품을 특별한 이유 없이 싼 가격으로 팔 리가 없다. 이러한 사정은 금융상품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거액을 송금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 피해자는 사기범의 전화를 받고 사기범의 신원에 대해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은행 창구 직원이 예금 해지 사유와 자금 사용 목적 등을 문의했지만 `친척에게 사업자금을 보내는 것`이라고 하라는 사기범의 의도대로 답변함으로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에서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접근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회사 영업창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에 주의문구 게시, 언론기관을 통한 피해사례 홍보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사기 피해가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례에서도 피해자가 `감독기관 또는 수사기관 등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송금하라는 요구가 없다`는 것을 기억했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상품의 특성에 대한 분석을 하되 본인의 판단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면 금융회사 직원과 충분한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투자해야 한다. 특정상품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른바 `몰빵투자`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개인의 투자활동은 궁극적으로는 자기 책임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평범한 원칙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3자는 의사결정의 조력자일 뿐 투자의사 결정이나 그 결과는 오롯이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물론, 발행자, 판매자의 위법부당행위 및 감독소홀 등에 대해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일에서든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소비자들이 이 점을 기억하고, 모든 시장참여자와 감독당국이 노력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건전한 투자의 장(場)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한윤규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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