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제인(後發制人)이란 성어를 아는가? 상대방이 공격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유리할 때 기회를 잡아 반격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다. 마오쩌둥은 `중국혁명전쟁전략문제(中國革命戰爭的戰略問題)`라는 책의 제 5장 3절에서 "초나라와 한나라의 성고의 전쟁, 신한(新漢)의 곤양의 전쟁, 진(秦)나라와 진(晋)나라의 비수의 전쟁 등 유명한 대전은 모두 쌍방의 강약(强弱)이 달랐는데, 약자가 먼저 한 걸음 양보하였다가 나중에 발동시켜 적을 제압해 전쟁의 승리를 낚아챘던 것이다."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마오쩌둥의 말은 그가 전쟁터에서도 늘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는 `손자병법`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전쟁이란 속이는 도이다. 따라서 능력이 있는데 적에게는 능력이 없는 것처럼 하며, (군대를)쓰되 적에게는 (군대를)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가까운 곳을 노리면서 적에게는 먼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먼 곳을 노리면서 적에게는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롭게 하면서 적을 꾀어내고, (내부를)어지럽게 하여 적을 습격한다. (적이)충실하면 적을 방비하고 (적이) 강하면 적을 피하고, 분노하면 그들을 소란스럽게 하고, (적이)낮추려 들면 적을 교만에 빠지게 하고, (적이)편안해 하면 그들을 수고롭게 만들고, 친하게 지내면 그들을 이간질하라. 그들이 방비하지 않을 곳을 공격하고,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 이것은 병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니, 정말로 미리 전수해서는 안된다.( 兵者, 詭道也. 故能而示之不能, 用而示之不用, 近而視之遠, 遠而示之近. 利而誘之, 亂而取之, 實而備之, 强而避之, 怒而撓之, 卑而驕之, 佚而勞之, 親而離之, 攻其無備, 出其不意. 此兵家之勝, 不可先傳也. <손자병법孫子兵法 계計>

손자가 말하고자 하는 병법의 거의 모든 것이 이 문장에 담겨있다. 아군의 동태를 살피러 온 적의 탐색병에게 오인하고 돌아가 잘못된 보고를 만들게 하면 틈이 보이고, 단순히 적을 속이고 나를 감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적극적으로 미끼를 던져 혼란스럽게 해 보라는 것이다. 화친도 해보고, 이간질도 해 보고, 때로는 비굴하게 굴어 적의 자만심을 충족시켜 주기도 해야 결국 마지막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맨 마지막 말처럼 이런 전술을 결코 남이 알지 못하도록 유의하라는 손자의 당부다. `이퇴이진(以退爲進)` 즉 물러나는 것으로 전진하는 것으로 삼거나, `이퇴위공(以退爲攻)` 즉 물러나는 것을 공격으로 삼는다는 전략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마오쩌둥이 상당한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장제스에게 승리를 거머쥔 것도 상대의 교만심을 잔뜩 부풀게 하고 자신은 밑바닥 민심을 다지는 작업을 하면서 궁극적인 승리를 하겠다는 치밀한 계략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선포하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던 중국이 맞대응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수출비중을 확 줄이고 내수(內需) 기반을 단단히 구축한 중국은 미국에게는 약자로 행세해 오면서 세계 1위의 외환보유고 등 탄약도 많이 준비해 두었다. 이번의 중국의 대응 방식은 중화 패권주의를 내세우면서 이제부터는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부강한 중국몽(中國夢) 건설과도 맥을 함께 하고 있어 만만치 않을 듯하다. 오히려 선제 공격한 미국보다 반격을 가하겠다는 중국의 승리에 오히려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낙관론이나 허장성세보다도 우리를 숨기고 흩어진 민심을 모으면서 여야가 합심해 치밀한 전략을 세워 길고도 험난한 무역전쟁에 임해야 한다. 혹여 불필요하거나 덜 중요한 문제들에 매달려 무역 강국의 위상이 흔들릴 빌미 제공을 하지 않도록 모두들 자제력을 발휘할 때다. 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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