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 수현을 키우며 남편과 떨어져 사는 미경. 수현은 엄마에게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니지만 착한 아들이다. 어느 날 수현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용준을 데리고 와 함께 지내게 된다. 용준은 말수가 적고 어두운 표정의 청년이다.

몇 년 후 군에서 제대한 수현은 용준과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진다. 식물인간이 된 아들 수현의 투병생활을 곁에서 지키는 미경은 혼자만 멀쩡히 돌아 온 용준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수현과 용준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미경은 용준 몰래 아들 수현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홀로 남은 용준은 수현과 미경을 찾아 헤맨다.

이 영화는 이제껏 본 적 없던 특별한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아들과 아들의 친구가 천천히 그들 간의 트라이앵글을 만들어가는 이 이야기는 느리고 조심스럽게 관계에 대한 여정을 그려나간다. 엄마의 시점으로 관계를 바라보고 또 다른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

또 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 함축적인 표현의 대사들과 어떤 과장도 없이 서정적으로 표현된 담담한 그림체는 마음이 바뀌어 가는 순간과 시간의 공기를 차분하지만 강렬하게 묘사한다. 한 권 속의 낱장들이 마치 마음의 조각들처럼 아련하고 아름다운 그래픽 노블 `환절기`는 잔상이 길고 또렷한 작품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마치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극장 의자에 앉아 있던 순간들과 같은 감흥을 전해준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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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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