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의 시네마수프]미스테리어스 스킨·오두막

두 개의 영화가 있습니다. `미스테리어스 스킨`과 `오두막` 입니다.

8세 무렵 소년 브라이언은 5시간의 기억을 잃어버렸습니다. 야구단 리틀리그 게임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비가 내렸던 것이 마지막 기억입니다. 이후의 다섯 시간의 기억이 없이 코피를 흘리며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 됩니다. 비로 인해 취소 된 경기장에 바쁜 직장으로 아빠도 엄마도 브라이언을 데리러 오지 못했습니다. 다만 브라이언도 자신이 어떻게 집에 왔는지 누가 데려다 주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날로 야구를 관두게 되었지만 그날부터 악몽과 코피가 반복됩니다. 간간히 이유 없이 기절하고 침대를 적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자신이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같은 무렵 같은 야구단에 있던 닐은 코치와 각별한 사이가 됩니다. 아버지의 부재와 자신을 각별히 아껴 주는 리틀리그 코치. 혼자 닐을 키우던 닐의 엄마는 코치가 닐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는 것을 좋은 일로 생각합니다. 다만 닐과 코치의 관계는 점점 다른 단계로 변질되고 있었습니다.

15세가 된 브라이언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이 외계인 납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며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고 믿는 이들의 모임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닐은 동네 남자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매춘을 하며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기억의 희미한 단서들을 따라가던 브라이언은 리틀리그에 함께 있던 닐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의 하나임을 알게 됩니다. 닐을 만나보려는 브라이언. 그러나 닐은 집을 떠나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매춘을 하고 있어 두 사람의 조우는 미뤄집니다. 성매매 중 심각한 폭행을 당한 브라이언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고 닐은 드디어 브라이언을 만납니다.

닐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이 바로 리틀리그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브라이언. 닐은 코치의 요구로 브라이언을 코치에게 데려왔던 것입니다. 브라이언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에게 자신이 필요로 하던 때에 어디 있었느냐고 울부짖습니다. 반면 브라이언의 사건 이후 자취를 감췄던 코치에 대해 닐은 스스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 자신이 사랑받고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한 유일한 사람 코치에 대한 갈망과 원망으로 울부짖습니다. 상처의 영화 미스테리어스 스킨입니다.

오두막은 어린 딸을 잔혹한 범죄에 잃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아들과 두 딸을 데리고 캠핑을 간 가장 맥은 장난을 치다 뒤집힌 보트에 구명조끼 줄이 끼는 바람에 익사 직전의 위기의 큰 아들과 딸을 구해 내고 보니 그 사이에 어린 막내딸이 없습니다. 수색에 나선 경찰들은 이미 5명의 어린 여자아이들을 납치한 혐의로 수배중인 남자의 트럭을 발견하고, 그 옆 오두막에서 어린 딸 미시의 피 묻은 옷이 발견됩니다. 상심 속에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맥에게 어느 날 편지가 한통 도착합니다. 막내딸의 피 묻은 옷이 발견되었던 그 오두막에서 만나자는 하나님으로부터의 편지입니다.

오두막에는 아직도 어린 딸의 핏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해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한 어린 딸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으로 순간 자살을 시도하려는 맥. 그러나 순간 나타난 사슴을 따라 오두막 앞으로 나서게 되고 중동계로 보이는 청년은 장작을 들고 가며 함께 불을 지피고 몸을 녹이자며 데려갑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청년은 맥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도착한 집에는 나이 지긋한 흑인 아주머니와 젊은 아시아 여인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세 명은 바로 예수, 하나님 그리고 성령입니다.

맥은 하나님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전지전능하고, 모든 것을 알고, 동시에 모든 곳에 있고, 무한한 힘의 소유자라죠. 그런데 제 딸을 죽게 놔두셨어요. 예수도 죽게 나뒀었죠? 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등을 돌리시는군요. 버릇처럼요"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은 늘 흔적을 남긴다"며 자신의 팔의 못 박힌 상처를 보입니다. 그리고 아픔의 시간에 늘 함께하였음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맥은 수긍하지 못합니다.

그런 맥에게 지혜라 불리우는 여인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맥에게 `맥의 어린 딸을 죽인 범인과 그를 괴물로 키운 그 범인의 아버지, 그리고 그 모든 죄가 시작된 아담과 그 모든 것이 일어나도록 놔 둔 하나님은 모두 유죄인가?` 라고 묻습니다. 그리고는 맥의 남은 두 명의 아이들 중에 하나는 천국으로 하나는 지옥으로 보내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 묻습니다. 더 이상 심판하지 말라는 지혜의 말에 맥은 죽은 어린 딸이 자신을 용서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지혜는 자신에 대한 정죄와 심판에서도 벗어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맥은 자신의 딸을 죽인 자를 용서하는 과정을 통과하게 됩니다. 할 수 없다고 울부짖는 맥에게 천 번을 해도 쉬워질까 말까 한 것이지만 점점 나아진다고 격려합니다. 자신의 슬픔을 딛고 일어선 맥은 그제서야 동생의 죽음으로 죄책감과 슬픔으로 고통 받고 있던 큰딸을 도와주지 못했음을 깨닫고 위로하게 됩니다, 고통이 집어삼켜 기뻐하고 사랑할 힘을 잃고 있는 이들에 대한 치유의 영화 오두막 입니다.

좋은 사람들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납니다.

삶의 시련이 올 때, 크나큰 원망과 한탄만이 남았을 때. 우리는 그곳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혹은 그러한 크나큰 상심에 빠진 이들을 어떻게 위로 할 수 있을 까요. 어린시절 성폭행을 당한 코치의 집을 찾아간 미스테리어스 스킨의 두 소년에게 맥의 오두막으로의 초대장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현진 극동대 미디어영상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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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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