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소설에서 나올 법한 소재다.

요즘 하는 말로 `이거 실화냐`다.

대한청소년 개척단 얘기다.

국가가 놓은 덫에 걸려 자기 결정권 없는 강제 수용소에 갇혀 아무런 대가 없는 모진 노동과 납득하기 힘든 인권유린 등 이들의 엉망진창인 삶은 억울함 그 자체다.

당시 개척단원 1700여명 중 감시원의 눈을 피해 도망가다 걸려 맞아죽거나 강제 노동 강도에 비해 먹는 것이 빈약해 영양실조로 죽는 등 수백 명이 죽어나갔다.

국가의 살인이다.

특히 빛바랜 사진과 흑백 영상에 담긴대로 얼굴도 모르는 남녀 수백 쌍이 첫 대면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은 아연실색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과 관련한 청원이 15건 올라와 있다.

청원 마감이 빠른 것은 내달 1일, 늦은 것은 9일까지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와대와 정부가 답변해 주는 최소한의 청원인 20만 명에 많이 부족하다.

그만큼 서산시청 내부 전산망에는 직원들의 청원 서명 참여와 각 부서를 비롯, 읍면동에서 기관·사회단체 등과의 회의 때 참여 유도를 적극 홍보할 것을 바라는 글이 게시돼 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지만 20만 명 채우기가 버거워보인다.

설령 청원 마감까지 청원인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이 문제 만큼은 청와대나 관련 부처가 꼭 답변해 주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국민청원 20만 명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국민의 관심이 많다면 적극적으로 답할 것을 지시하지 않았던가.

이만한 충격적인 사건이 또 얼마나 있을까.

올해 1월 `무상분배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들은 생에 마지막이 될 한 맺힌 억울한 외침을 토해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31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하고, 광화문 가두 홍보를 통해 자신들의 한 많은 삶을 눈물로 알렸다.

대한청소년 개척단원 11명은 57년 전 자신들이 끌려왔던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굴곡진 삶을 살아온 이들은 요즘 국가에게 `도대체 자신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었냐`고 묻고 있다.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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