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26일 발의할 예정인 `개헌안`의 내용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30년이 지난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고도 엄중한 시기이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함은 물론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등을 규율하는 근본 규범이다. 법학자 켈젠(H. Kelsen)의 법단계설(法段階說)에서 보듯이, 헌법은 한 나라의 최상위법이기 때문에 그 개정 과정도 매우 엄격하다. 개헌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되지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비로소 확정된다. 이와 같이 개헌은 험로(險路) 그 자체인데, 발의가 있기도 전부터 여야 정치권이 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헌법은 역사적 발전과정은 물론 사회적·시대적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른바 `촛불 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밝히고 있는 헌법의 틀과 내용도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전문에서는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등 민주화 정신의 계승을 천명하고 있고,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면서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하는 `국민발안제`와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를 새로이 포함하는 등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21일 발표된 내용을 보면,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있다. 전문에 자치와 분권 강화 및 지역 간 균형발전을 사회적 가치로 포함시켰는데, 이에 더해 지방분권원칙을 천명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동안 지방정치와 행정은 중앙에 예속되어 주민자치의 시대정신이 구현되지 못했고, 지역경제와 재정도 중앙 중심의 모순을 떠받치는 도구에 불과했다. 또한 지역교육과 문화도 중앙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 아류로 전락한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아예 `지방소멸`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역대 정부가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을 추진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개헌에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이 강력하고 충실하게 구현되어야만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에 `수도 조항`을 신설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제정 등 수도 이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당시 헌법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던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수도 이전이 좌절된 바 있었다.

이번 발표된 개헌안에 `세종시`를 수도로 명문화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미 세종시는 정부중앙부처의 3분의 2 이상이 자리하는 등 사실상의 행정수도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고, 법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도조항을 포함한 개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에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공약한 바 있으므로, 이제 국회가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국회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정부가 직접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국민은 `87년 체제`를 종식시키고 그동안의 지리멸렬했던 개헌논의에 종지부를 찍고 새 시대를 열고 싶어 한다.

정치권이 개헌을 정부 형태 등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로만 제한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이 더 이상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개헌이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협상의 산물일 수는 없다. 국회는 `통일`까지 염두에 두고 백년대계를 지향하는 자세로 국민의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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