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시리즈3 리뷰

지난 15일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시리즈3 연주회는 바흐 바이올린협주곡 2번과 말러교향곡 9번을 배치해 `양극단에서 음악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사실 서양음악사에서 바흐와 말러는 시기적으로 양극단에 서있지 않다. 두 음악가는 오히려 음악 양식을 대조적인 상징성으로 바라봐야 한다.

선율에서 엄격한 대위적 규칙성과 화성적 일치를 구현했던 J.S. 바흐(1685-1750)는 바로크시대 음악양식을 완성하고 난 후 18세기 중 후반기 새로운 고전적 흐름에 자신의 위치를 양보해야 했다. 이 위대한 음악가는 무겁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가볍고 우아한 음악이 새로운 유행으로 밀려옴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묵직한 푸가(작곡 방식)를 집대성하고 형식의 파괴보다 화성과 전통양식을 공고히 구축해 구체제 음악의 정점에 서서 바로크시기를 마무리했던 인물이다. 반면 말러(1860-1911)는 후기낭만주의에서 보수적 경향과 진보적 경향을 동시에 갖고 있던 음악가이다. 그 당시 리스트와 바그너의 혁신적인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리듬과 조성을 사용했던 말러는 그러나 전통적인 형식과 주제를 변형하고 대범한 화성을 시도하며 음향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새 시대를 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바흐와 말러는 구시대의 완성과 새시대의 문을 연 경계선에 선 양극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본 협연자 김필균과 대전시향 앙상블에서 바이올린은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면서 동시에 반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야 했지만, 다소 급하게 진행되며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전체적으로 음악적 여유를 갖고 바흐 협주곡에 내재된 화음의 일치를 추구했더라면 훨씬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바흐협주곡 해석에서 필수 요소인 정교한 표현력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음은 아쉽다.

반면 대전시향이 처음 시도한 말러 교향곡 9번은 의지의 표현 그 자체였다. 예측하기 힘든 비규칙성과 불명료한 선율들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9번 교향곡의 어두운 느낌이 지휘자와 단원들의 합심으로 객석에 스며들었다. 더욱이 1악장이 상징하듯 자칫 길을 잃기 쉬운 말러 교향곡에서 목관, 금관악기의 효과적 울림이 현악기와 극적 대비를 이루며 말러 특유의 신비로움과 그로테스크한 음향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완전히 성숙한 말러 9번 교향곡은 아니었어도 충분히 대전시향의 발전과 노력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주회였다. 오지희 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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