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국 피고지다展 내달 5-5월1일 롯데갤러리
작가의 말처럼 아름다움에 관한, 더불어 삶에 관한 전형적인 정답은 없다. 하지만 흔히 그 답을 찾았다 생각하며 인식의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그 틀을 깨는 작업은 여실히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일 것이다. 생로병사를 포함한 모든 자연계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처럼 고정적인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화업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작가 김근중의 작업세계와 새봄 본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화국-피고지다 展`이 내달 5일부터 5월 1일까지 롯데갤러리 대전점 9층에서 개최된다.
`모란 작가`로 알려진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작가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다시 구상에서 추상을 반복하며 물고 물리는 내용적 흐름을 유지해 왔다. 그가 주요 화제로 삼고 있는 `Natural Being(原本自然圖)`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작가적 태도는 존재 자체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다.
이 문제제기는 동양정신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구체화된다. 화폭 속 형형색색의 모란은 단순히 전통회화에서 모란이 뜻하는 부귀의 의미도, 꽃의 화려함을 찬미하기 위한 장식적 성향의 결과물도 아니다. 꽃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한 생성과 소멸의 이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현존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이번 전시의 부제 화원(花園)은 작가가 언급하는 `꽃세상`처럼 희로애락, 욕망, 번뇌, 희망 등이 공존하는 세상을 의미하며, `피고 지다`는 그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존재들, 혹은 그 자체를 뜻한다.
자유분방한 민화의 정신처럼 김근중의 화면 속 가득 찬 꽃은 점차 모란이라는 구체성을 벗어나지만 이미 우리의 의식 속 꽃이 함축한 생명력에 대한 관념, 또한 외려 형용할 만한 생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가 규정하는 `꽃세상`에서 `꽃, 이후`의 의식의 흐름은 마치 선연한 꽃무릇을 보며 느끼는 시각적, 심리적 충만함과 비슷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꽃`이라는 형상이 가진 장점이자 궁극의 난점이다. 근작의 `꽃, 이전` 연작은 그 난점을 풀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혀진다. 꽃세상에서 볼 수 있는 현존성, 그러한 현존성이 보다 의식적으로 정형화되고 극대화 된 것이 `꽃, 이후`라면 `꽃, 이전`은 우리가 가시화시킬 수 없는 내재적 세계, 혹은 근원성에 대한 연구이다. 종전의 구체성은 허물어졌지만 그 구체화된 형상의 원시적인 기운의 색면과 원색의 흐드러진 운율에서 생동하는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 설명적인 요소를 걷어냈지만 도리어 체감의 영역은 확대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화업도 함께 만날 수 있다. 1990년대, 고구려 벽화와 둔황벽화를 모티브로 한 벽화작업으로 시작된 그의 작업은 2000년대 초반 벽화의 형상을 배제한 미니멀 작업에 집중하다, 2005년부터 전통 화조화와 민화에 영향을 받은 재현작업으로 변화를 도모하며 형상을 찾게 된다. 이 시기부터 볼 수 있는 작품이 모란 그림이다. 작가는 2012년부터 다시 탈 형상을 지향하며 현재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 주제를 심화시켜나갔던 모란 시리즈부터 근작의 비구상 작업까지 소개 될 예정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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