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여전히 정상인, 비정상인을 구분하는 데 익숙하다. 평소에는 장애인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무관심하다가도 가끔 `대단하다!` 며 감탄을 할 뿐이다. 우리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위대한 업적을 거두었을 때 "인간은 진정 원하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쉽게 결론 내려버린다. 여기에는 장애는 결핍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이 보이지 않으면 그림도 그릴 수 없는 걸까. 작가 엄정순이 진행하는 `우리들의 눈`은 시각장애인이 미술을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술은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 명의 미대생이 배출되기도 했다. 엄정순 `우리들의 눈` 디렉터는 장애는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또 다른 창의적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와 마주했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일어서는 굉장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장애는 평소 감추어야 할 문제도 극복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장애라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이다. 굳이 사고나 질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노화만으로 장애인이 된다. `거부당한 몸`의 저자인 사회학자 수전 웬델은 인간이 몸을 통제하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는 장애인 당사자와 해당 가족의 몫으로 떠넘겨지기 일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배제당하지 않고, 장애로부터 자유로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근육통성 뇌척수염이라는 병으로 장애를 경험한 웬델은 또 다른 저서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한 건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슬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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