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어린 게…", "어린 여자가 어디서…"

지난 15일 오전 10시 세종시청 앞 잔디광장. 1인 시위에 나선 전 종촌복지센터 센터장은 기관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가장 자주 들은 말이라며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같은 시간 시청 2층 브리핑실에는 이춘희 세종시장의 언론 브리핑이 열렸고, 기자들로 붐비는 브리핑룸에 비해 피해자의 1인 시위가 열린 잔디광장은 휑했다.

얼마전 논란이 된 이 시장의 발언이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두고 여러 말들이 많지만, 단순한 `실언`이었다 해도 지역사회에 던진 파장은 작지 않다.

미투 운동은 일상적으로 자행되던 사회의 갑·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미투의 본질을 호도하고, 사안을 진실공방이나 성대결 구도로 몰고 나가 버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성폭력·성희롱 폭로를 단순 가십으로 소비하는 현재의 미투 운동 조짐이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피해자들의 폭로를 단순히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펜스 룰`을 외치기에 얼굴과 실명을 내건 피해자의 용기, 이전에 있었을 수많은 고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관료사회를 비롯한 한국사회는 그동안 상대적 약자에게 던지는 곤란한 질문이나 막말에 너그러웠다. 권력을 쥐고 약자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하는 짓궂은 행위를 즐기는 것이 한국문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처럼 유년시절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부터 압박면접, 성희롱까지 모두 해당된다. "악의는 없었다"는 통상적인 사과나 해명으로는 피해자의 아픔을 달랠 수가 없다.

2년 8개월 전 복지센터 개관을 준비하던 한 여성을 가장 지치게 만든 것은 `여성 기관장`이었기에 감내해야만 했던 갑질 언행이었을 것이다. 왜 하필 이제서야 미투에 나서냐는 질문에 복지센터장은 "재수탁을 앞둔 시점에서 도저히 항의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 시장의 해명처럼 센터 개관 과정에서 센터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하려 했다면 그저 "여성 기관장으로서 책임감 있게 일해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하면 될 일이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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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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