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박지훈 박사 연구팀은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서영웅·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한정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소를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저장·운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수소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는 등 수소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저장과 운송이 용이해야 한다. 수소 저장·운송 기술로는 초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액화를 하는 기술이 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700기압 이상의 압력과 -270도 이하를 유지해야 해 운반 과정에서 폭발의 위험이 있고, 고가의 특수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액체 상태인 화합물에 수소를 저장·운송하는 LOHC(액상 유기물 수소 저장체)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특수한 용기 없이 충전된 수소를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오랜 시간 저장할 수 있고, 더불어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독일 글로벌 기업 하이드로지니어스사, 일본의 치요다사는 최근 이 기술에 주목해 수소 운송·충전소·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액체 및 촉매 제조 기술, 그리고 공정 전체를 한국 독자 기술력으로 개발했다.

LOHC 기술에서 중요한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액체 물질에 고압수소 탱크에 버금가는 대용량(질량대비 6% 이상)을 저장할 수 있어야 하며, 둘째, 수소를 액체에 넣어 장시간 저장하기 위해서는 액체가 외부의 자극에 쉽게 변화하지 않고 안정성이 높아야 한다. 셋째, 수소를 저장했다가 다시 용액으로부터 꺼내는 과정에서 탈수소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반응의 효율이 높을수록 좋다.

연구팀은 새로운 액체 물질과 촉매를 개발해 첫 번째·두 번째 요소(저장 용량과 안정성)를 기존 기술만큼 유지하면서 반응 효율을 높이고 수소 생산 비용을 줄였다. 독일, 일본 기술로는 270도 이상의 열을 가해줘야 반응이 일어나 액체에 있던 수소가 나올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은 이를 230도까지 낮췄으며, 같은 조건에서 2배 이상 빠른 수소 공급이 가능하게 했다.

연구팀은 현재 상용화까지 가능한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파일럿 규모의 수소 저장체 제조 공정 및 수소 저장·공급 시스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화학연 박지훈 박사는 "전세계에서 단 몇 개의 연구팀만 보유한 수소 저장체 및 촉매를 독자적으로 확보했다. 이는 수소 사회 진입의 걸림돌인 수소 저장·공급 기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상용화를 위한 대량 생산 공정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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