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몰락과 교훈] 下. 독점적 권력 막을 잗치 필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불통 리더십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잘못된 산물`이라는 것이 충남도 안팎의 공통된 해석이다. 중앙 정치는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수행하는 국회·각종 시민단체가 있지만, 자치단체의 경우 단체장의 전횡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전무한 탓이다.

이는 도청 외부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감시역인 지역 시민사회단체마저도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다소 힘에 부친다는 이유에서다.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비정상적으로 강할 경우 단체장의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되는, 소위 `입맛에 맞는` 문제와 정책만을 선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일례로 수년 간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던 청양군 강정리 석면·폐기물 사태의 경우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인권도정 관련 문제는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한 허울만 좋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사안을 둘러싼 불통 문제는 안 전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한 이후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지난 4년 간 강정리 사태에 대한 문제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제언이 도청 내부에서 흘러나오면 블랙리스트 영순위에 올라 모든 일에서 배제됐다고 한다"며 "도가 추구했던 인권 민주주의 역시 방향은 옳지만 알맹이가 전혀 없었다는 게 문제다. 아마 안 전 지사가 미래 권력으로 신망을 받던 사람이라 내·외부에서 감히 싸움을 걸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집중된 자치단체장의 권한, 그에 따른 전횡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고 지방자치의 본 모습을 되찾아야만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곧 주민의 권한 강화와 지역 정치에 대한 활발한 참여를 의미한다.

고승희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권한이 있어야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주민들의 권한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지방의 권한이 주민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확립돼야만 한다"며 "특히 현재로서는 주민들이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시스템이 갖춰질 경우 주민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지방자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 권력의 이양 방향이 `엘리트에서 엘리트`로의 형식이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치인·학자·언론·시민사회단체 등 중앙 엘리트가 가진 권력이, 분권 과정에서 지방 엘리트에게 그대로 넘어가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 과정에서 지방민주주의라는 요인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는 단순히 중앙과 지방의 권력 분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주민의 통제와 권한이 강해지는 것이 지방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중앙과 지방 간의 단순한 권한배분을 넘어, 주민에게까지 권한을 이양해 지방정부가 주민에게 통제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치단체·주민들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민주주의의 한 형태에 불과한 간접·대의민주제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분권은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같은 직접민주제, 풀뿌리 주민자치 등 시민사회가 행정을 통제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돼야 한다"며 "정치나 행정에 주민이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주민 스스로 뭔가를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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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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