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따랐던 리더 추락에 씁쓸…무력감 호소

충남도청에서 근무 중인 30대 공무원 A씨는 최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지지자였던 그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파문 이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안 전지사의 젊고 깨끗한 이미지에 반했던 A씨는 리더의 추락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안 전 지사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던 동료가 한 둘이 아니다"라며 "심지어 술자리에서 우는 동료를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 직원들이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파문 이후 피로감과 무기력함을 호소하고 있다. 도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각종 시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직원 개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를 모두 살피기 어려운 만큼 심리상담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18일 도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폭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6일, 남궁영 도 행정부지사는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업무기강 확립을 요청했다. 해당 메일은 공무원으로서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자는 내용, 안 전 지사 파문에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공무원노조·도 여성정책관실은 지난 16일 도청 구내식당에서 성폭력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같은 날 행정부지사와 각 실·국장들도 `도정 위기관리 대응 토론회`를 개최하고, 백진숙 혜전대 교수에게 위기 대응을 위한 강연을 듣는 등 도 전체가 내부단속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안만으로는 직원들의 `번아웃 증후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례로 안 전 지사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을 담당하던 부서의 경우 "사업의 실효성을 넘어 필요성마저 지적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민선 5·6기 정상적으로 추진되며 다양한 효과를 보였음에도 `안 전 지사의 사업`이라는 낙인 때문에 눈총을 받고있다는 이유에서다.

40대 공무원 B씨는 "당장은 아니겠지만 내가 담당한 사업에 제동이 걸릴 지도 모를 일"이라며 "오랜 기간 열정을 쏟았던 사업인데 헛구호로 그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는 도청 심리상담소를 직원들이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청 별관 202호에 마련된 심리상담소는 지난달 전문 심리상담사를 위촉, 이달부터 각종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소가 직무 스트레스, 대인관계 스트레스, 가족문제 등 폭넓은 사안을 다루는 만큼 안 전 지사와 관련된 상담도 가능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상담소의 목표"라며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심리상담소 전화(☎041(635)5832)로 예약을 하고 적극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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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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