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몰락과 교훈] 上 제동장치 없는 제왕적 안희정

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충격이다. 차기 대권주자로 선망받던 정치인 안 전 지사는 이 사건으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됐다. 대통령이란 큰 꿈을 꾸던 그가 어떻게 이런 사태에 휘말리게 됐을까. 쉽게 짐작이 가지는 않지만 도지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그의 행보, 밖으로는 소통을 외치지만 정작 안으로는 소통하지 않은 정치관에서 원인을 찾아보고,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행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2010년 7월 충남도에 입성했다. 보수세가 강한 충남에서는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젊은 도지사가 당선되면서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안 전 지사는 취임 후 3농 혁신과 행정혁신, 자치분권이라는 3대 혁신과제를 내세우고 도정을 이끌었다. 농업인과 소비자, 도시민이 상생하는 농정을 구현하고, 공무원의 자기주도적인 융·복합 행정 기반을 정착시켜 대한민국 최고의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또 온전한 지방자치를 위해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재정립 하고자 했다. 이런 기조는 민선 6기에도 이어졌고 지난해 열린 민선 5·6기 7년간 성과평가에서도 자치혁신과 행정혁신, 여성·인권 가치 실현 등 민주주의 도정을 실천했던 점을 첫 번째 성과로 꼽기도 했다. 이 같은 도정핵심은 외부기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매니페스토 공약이행 평가 7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기까지 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일자 사람들은 안 전 지사의 지난 7년의 성과를 의심하고 있다. 혹자는 개인의 일탈과 안 전 지사의 성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안 전 지사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적지않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은 어쩌면 지난 7년여 간 도정을 운영하면서 그가 `제왕`처럼 군림한 것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왕적 군림 하에서 공무원 조직은 그야말로 하수인에 불과했고, 안 전 지사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일에는 조직원들이 영혼 없이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구조에다 반론을 제기하기도 어려웠다. 9급에서 시작한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라면 20년이 걸려도 될까 말까 한 사무관 자리를 안 전 지사 선거 캠프인사가 차지해도 내부에서만 수근거릴 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물론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도 없었다. 그야말로 안희정 사단이 점령군 행세를 한 것이다.

캠프 인사는 도청 요직 곳곳에 자리를 꿰찼다. 안희정 지사 선거캠프 출신과 청와대 및 민주당 인사들이 정무부지사와 비서실장, 정책특보, 홍보 및 정책기획 분야 업무를 도맡았다. 취임 초기 1년 동안에는 20명 가까운 `내 사람`을 채용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기도 했다. 정책특보를 지낸 이는 산하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고, 안 전 지사의 개인홍보 창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충남도미디어센터는 캠프 출신 센터장(4급)과 충남도의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공보관(4급)이 같은 울타리에서 근무하는 기형적 구조로 운영됐다.

결국 상명하복식 구조가 뿌리 내린 공무원 조직과 더불어 측근 인사를 도청 요직 곳곳에 배치해 `항명`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면서 국민의 지지로 당선된 안 전 지사는 그 지지를 막강한 권력으로 휘둘렀다.

도청의 한 관계자는 "핵심은 문제 제기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다. 도지사에게 직원들의 인사권이 있다. 직을 걸고 직언할 사람이 없다"며 "어쩌면 공무원들이 철저히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구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지방자치라고 다를 건 없다"고 말했다.

이상선 충남시민재단 이사장은 "선임 도지사와는 결이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환상을 통해 안 전 지사가 두 번에 걸쳐 도지사를 했다. 하지만 충남도민은 그에게 7년 간 기만과 농락을 당했다"며 "그가 주장한 것은 말뿐이었고 실체가 없었다. 안 전 지사는 도정을 수행하면서 정무라인 등 주변의 참모들 속에서 제왕처럼 군림했고, 이를 막을 장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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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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