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하조마을. 사진=산림청 제공
전남 광양 하조마을. 사진=산림청 제공
2014년 가을 조용하던 강원도 정선의 한 산골마을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삼시세끼`란 케이블TV 프로그램 덕분이다. 제목처럼 도시생활을 하는 20-40대 연예인들이 외딴 농촌에서 스스로 주위 유기농 재료를 직접 구해 끼니를 해결하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유례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바쁘기만 한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의 자연에 대한 갈망을 잘 읽어냈다는 분석이다.

웰빙이 삶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른 이후 귀산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광고를 보면 `역세권`보다 `숲세권`이란 말이 더 많이 등장한다. 국민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농촌인구는 2014년 487만 7097명에서 2015년 483만 1088명으로 0.9% 감소한 반면, 귀농귀촌인구는 2014년 45만 7511명에서 2015년 48만 6638명으로 6.4% 증가했다. 귀산촌 인구는 2014년 6만 2824명에서 2015년 6만 8928명으로 10%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귀산촌은 좁게는 산촌으로 이주한 귀농을 뜻한다. 넓게는 주된 거주지를 도시에서 농산촌 지역으로 이주해 살고 있으며, 그 지역의 산림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숲이란 산림자원을 생활·생업을 위해 육성, 활용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산촌은 경작지와 인구는 적어 농촌보다 더 오지로 구분되지만 청정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산림형 6차산업·다양한 임산물 재배 등 고부가가치 사업의 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땅값이 농지의 10-20%에 불과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농약이나 비료를 뿌려야 하는 농사만큼 힘들지도 않아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예전엔 산으로 들어가면 목재용 나무를 기르는 게 주 수입원이었지만 최근에는 1-2년 만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두릅, 오가피, 오미자를 비롯해 고로쇠, 호두나무 등 생업이 다양해졌다. 버섯이나 약초재배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도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산촌지역에 정착하실 수 있도록 교육과 융자금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귀산촌에 생소한 입문자를 위한 `귀산촌 아카데미`에서는 산촌생활 사례와 준비방법을 안내한다. 2박3일간 진행되는 `귀산촌 체험`은 관심이 있거나 초기 귀산촌 준비자를 위한 과정이다. 산촌마을을 방문해 귀산촌 사례자의 멘토링을 받고 6차산업을 체험한다. `귀산촌 창업과정`은 4박5일간 진행된다. 산림형 서비스산업과 임산물재배 작물 소개 등 소득화를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귀산촌 살아보기`은 6박7일간 소그룹으로 산촌에 체류하면서 농·임가 일손을 도우며 현업을 밀착체험한다. 각 지회, 지자체 지원조직 등 네트워크에도 참여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기대만 갖고 산촌에 왔다가는 원주민과 불화 등으로 실패하기 십상이라며 산림청이나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임업후계자 선정 등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림청은 올해 정책지원도 강화했다. 초기 귀산촌인에게 창업·주거공간 마련을 지원하는 귀산촌인 창업자금을 지난해보다 100억 원 늘어난 340억 원으로 편성했다. 귀산촌인 창업 자금은 1인당 5000만 원에서 7500만 원까지 늘어난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임업인들을 위해 100억 원 규모 단기운전자금도 신설했다.

`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도시 청년들의 귀산촌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산림청은 오는 31일까지 `산촌으로 가는 청년 프로그램(도시청년의 초보 산촌살이 1기)` 참가자를 모집한다. 참가자에게는 `삼시세끼`처럼 산촌생활용 거주공간과 취사·생활기기, 소규모의 영농공간이 제공된다. 산촌생활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견학 등 현장 중심의 맞춤형 교육도 마련된다.

산림청은 올해 수도권 청년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범 운영한 뒤 성과를 평가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대상 지역과 모집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용민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원 인제 달빛소리마을. 사진=산림청 제공
강원 인제 달빛소리마을. 사진=산림청 제공
제천 산채건강마을. 사진=산림청 제공
제천 산채건강마을. 사진=산림청 제공
귀산귀촌 인구 동향. 자료=산림청 제공
귀산귀촌 인구 동향. 자료=산림청 제공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