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신호철 기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신호철 기자
전남 나주시 남평에서 태어났다. 1978년 말단직원으로 농협에 입사, 올해로 입사 40년을 맞이했다. 회장직에 오른 지 2년이 지났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얘기다. 그는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범농협 종합추진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해 지난해 말 1154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정부의 협조 아래 쌀 값 상승을 도모했고 농산물 수급안정과 판매·유통 활성화를 추진했다. 그의 노력의 기치(旗幟)는 농업인들이 걱정 없이 농사를 짓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데 있다.

이런 그가 지난 13일 대전 대전컨벤션센터를 찾았다. 전국의 여성농업인을 한 자리에 모았다. 농업혁신의 새 바람이 부는 듯 하다. 취임 2년을 맞이한 그가 생각한 농협의 모습과 가치는 무엇일까.

- 오늘(13일) 열린 여성농업인 행복농담(農談) 컨퍼런스의 의미는.

"최근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다. 농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의 역할이 매우 적극적인 분야로 전체 농가인구 중 여성 비중이 51%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오늘 컨퍼런스는 여성농업인을 위한 행사다.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농협의 운영방향을 설명하는 지역별 컨퍼런스의 연장선이며 농업분야에서 역할을 더 넓혀갈 수 있도록 돕기위해서다. 중앙본부는 2016년 복지여성국을 신설했다. 여성조합원이 30%를 초과할 경우 여성임원을 1명 이상 선출토록 하는 농협법(제45조)을 규정하는 등 지역 단위 여성농업인들의 모임을 조직화해 여성농업인의 의견 수렴과 여성농업인 간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공언해왔다. 취임 이후 2년간의 성과가 있다면 .

"2015년 말 기준 농가 평균소득은 3722만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780만원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 농민이 빈곤감을 느낀다.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생산비다. 실제 농업경영비가 지난 10년간 52.6% 증가한 점이 농가소득 정체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비료나 사료, 상토 등 영농자재 가격을 안정시키고 구매비용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당장 지난해 이어 올해 비료 등 영농자재 가격을 내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국 조합장들과 무박2일 컨퍼런스를 열어 간곡하게 협조를 구했다. 생산비를 절감하는 방법에는 기술적인 측면도 있다. 2016년 2474만㎡였던 벼 직파재배 면적은 지난해 1억㎡까지 늘어났다. 2020년에는 4억㎡로 확대할 수 있다. 이앙법 대비 1만㎡당 73만원의 절감효과가 있다. 생산비를 10.6%가량 줄이는 것이다. 생산비 절감은 우리 농협의 존재가치이자 사업의 근간이라고 봐야 한다."

- 농민들은 농자재 가격이 내려도 여전히 비싸다고 하는데.

"농자재 가격은 물가상승과 연동돼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 농자재 가격이 올라간다. 그에 비해 농업소득이 제자리에 있거나 물가상승률 이상 농업소득이 따라가지 못하니까 농민들은 농자재가 비싸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농자재 관련 부서에 원가조사를 진행해 값을 내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농약·비료·비닐·종자·사료 등 5개 부문은 신년 초 가격을 내릴 예정이다. 물가가 상승했더라도 경영 효율화를 통해 반드시 가격을 내려야 한다. 수익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농민들의 생산비를 절감해주는 것이 농협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본다."

- 농협 계열사 개혁, 계획이 무엇인가.

"농협 계열사는 모두 34곳에 달한다. 농협중앙회가 빚을 얻어 자본을 줬는데 일부 계열사는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 농·축협 육성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 심지어 효율적인 경영을 못해 적자가 나는 곳도 있다. 적자가 나는 곳은 정리해야 한다. 농민에겐 소득증대에 도움이 안되고, 빚 얻어 자본을 투자한 농협중앙회에는 손실을 끼쳤다. 흑자를 내더라도 중앙회가 자본을 줬기 때문에 적정 수준 이상의 배당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 계열사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농협중앙회 부채가 많아 자회사의 방만한 경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달까지 석달 간 계열사 34곳에 대해 컨설팅을 벌여 비효율적인 부분이 발견되면 통폐합·기능조정·투자효율화 등 연차별로 대수술에 들어갈 계획이다."

- 청년 농업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재육성방안은.

"농촌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젊은 인력이 있어야 한다. 농촌에 정주하기를 희망하는 농고생과 농대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농촌에 둥지를 틀도록 관련 지원사업을 늘릴 생각이다. 또 농고생이 국립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하거나 현재 개설을 추진 중인 폴리텍대학 스마트팜과에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주고 스마트팜 농사를 짓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종합자금도 1인당 최고 50억원까지 파격적으로 지원토록 하겠다. 후계농에게 컨설팅을 주선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작목을 선택하도록 도와 실질적으로 돈 버는 체계를 만들어주려 한다."

- 올해 기치를 내건 `국민의 농협`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은.

"농협은 100% 민족자본으로 운영되는 토종 협동조합이다. 중앙회와 NH농협은행, 지역 농·축협은 외국자본이 단 1원도 없다. 농협이 존재함으로써 1년 동안 우리 국민경제에 24조원의 이익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제는 국민이 농업과 농촌을 생각할 때다. 지금까지 농민들은 5000만 국민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해왔다. 그 희생의 가치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달성을 목전에 두게 만들었다. 이제부터는 국민이 농협을 이용해 300만 농민을 잘살게 하는 자원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민에게 농업의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해 국민의 농협 구현에 힘쓰고자 한다."

- 지역농업인들에게 한 말씀.

"우리 300만 농민들이 농촌에 계신다. 농정역사를 보면 농협은 금융시장 불안정성, 농업·농촌의 인구감소, 농가소득 정체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과 발전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성과는 농업인들이 보내준 농협에 대한 신뢰와 사업 참여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농업발전의 절대적 기회라 생각된다. 농민들이 농업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농사를 짓는다면 반드시 농가소득이 도시민들과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 정부나 관련 농업기관들이 농촌에 둥지를 트려고 하는 지원 체계나 지원 종류, 규모가 이렇게 좋을 때가 없다. 농업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농산물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또 농민들은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이전받아야 한다. 국민들에게는 우리나라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보다 영양가나 맛 등 모든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농산물을 적극 애용해줬으면 한다." 대담=맹태훈 취재 2부장·정리=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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