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서는 `논산·계룡 국방산업단지 조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2007년 이후 추진해 온 국방과학산업클러스트의 핵심적 요소 중의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말 충남도청에서 산업단지 예비 후보지에 대한 연구용역 발표를 보면서 우려하는 부분이 있어 의견을 제시한다.

국방산업단지는 단순히 토목공사 위주의 농공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지극히 근시안적인 시각이며, 일차적으로 국방개혁과 자주국방의 거점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함과 동시에 미국의 실리콘 벨리(Silicon Vally)나 이스라엘의 실리콘와디(Silicon Wadi)와 대등한 수준의 국방기술 첨단전진기지가 돼야 한다.

국방산업은 단순히 군에서 필요한 무기 및 장비, 물자를 생산해 공급하는 한계를 초월,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기반으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방위산업이 군 고유의 영역이라는 인식은 국방기술의 민간기술화(spin-off), 민간기술의 국방기술화(spin-on), 국방기술과 민간기술의 융합화(spin-up)라는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 편견일 수 있다.

대전·충남 지역은 국방기술 첨단전진기지로 발전할 수 있는 관련 연구기관과 시설, 역량이 집중돼 있어 최적의 유리한 입지조건을 구비하고 있으며 특히 국방 관련 연구의 핵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협력센터, 항공우주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근거리 밀집돼 있고 대덕연구단지의 수많은 벤처기업들, 카이스트 등 산-학-연의 연구 인프라를 갖춘 그야말로 미래 첨단기술 개발의 메카로서의 손색없는 조건을 완비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H/W)을 국방기술 첨단전진기지로 융합시킬 수 있는 시스템(S/W)으로 재창조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국방산업 육성과 관련한 국정과제 실천의지가 중요하지만, 국방기술 첨단전진기지의 두뇌역할을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참여와 추진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사례로서 이스라엘의 실리콘와디(Silicon Wadi)는 텔아비브의 북부 하이파 일대와 예루살렘을 잇는 삼각지대에 위치한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기술산업(Hi-Technopolics)의 산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일본의 뒤를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 와디의 구성 주체는 벤처기업, 대학 및 연구소, 벤처캐피탈, 해외자금, 이스라엘 정부, 외국기업 및 연구소 등이다. 실리콘 와디에는 4800여 개의 스타트업(Start-up)기업이 입주해 있고, 정부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를 위해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하여 벤처캐피탈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다. 이는 단순히 조직 지원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생존과 연계한 자주국방과 국가 경쟁력 제고의 철학이 담겨져 있는 정신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방산업단지 조성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으로서 추진돼야 하고 이를 통해 국방산업의 육성 전략을 제시하면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개방과 경쟁에 기초한 방산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국방첨단기술은 국과연 등 연구소와 방산업체의 노력만으로 개발되기는 제한이 따른다.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를 거쳐 탐색개발까지 소요되는 기술은 창의성있는 벤처기업들과 대학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개방과 경쟁을 통해 개발돼야 한다. 미래전은 현재의 플랫폼 중심의 무기체계보다 훨씬 다양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이 접목되어 개발된 무기체계에 의해서 수행될 것을 고려하면 `갖힌 공간에서의 연구`는 한계가 분명히 따른다. 두 번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방위산업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국방산업단지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 정비 및 규제 개혁 측면, 국과연 위상 재정립 등이 필요하고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적인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여 공조하는 방안도 고려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속성장 가능한 방산수출 프레임워크 구축방안도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논산·계룡 국방산업단지` 조성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문병선 서원대 융합보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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