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명문화가 담기지않은 대통령 개헌 자문안으로 인해 충청 민심이 들끓고 있음에도 민의를 대변해야 할 지역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특히 여야 정치권에선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서는 헌법에 명시하는 게 최선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어, 민심보다는 중앙당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개헌작업을 진행했던 국민개헌자문특위는 여론수렴과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13일 청와대에 개헌 자문안을 전달했다. 이 자문 안에는 `수도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법률로 위임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충청의 염원인 `행정수도 헌법 명시`가 반영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개헌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초안 작업이었던 만큼, 대통령이 약속했던 행정수도 명문화는 당연히 포함되리라 기대했던 지역민들로선 크나큰 상실감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충청권 민주당에선 이 같은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민심에 공감하면서도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충청을 지역구로 한 중진 의원은 "법률로도 행정수도를 규정할 수는 있지만, 정파적 흐름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당론으로 채택한 것처럼 헌법에 명시하는 게 최선"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충청에서 조직적으로 반발할 경우 자칫 지역주의로 비쳐질 수 있어 당분간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진 역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무엇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추문 사태로 충청권 전체가 폭풍의 중심에 있는 상태에서 섣불리 나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대전시당에선 `수도조항을 명시한 정부 개헌안에 의미를 부여한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행정수도=세종`을 실현할 길이 열렸다는 취지로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과거 행정수도 수정안이 제기돼 충청민들이 거세게 반발했을 당시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 소속 충청권 정치인까지도 민심에 따라 행동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제1야당인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정부를 합리적으로 견제하고, 민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함에도 누구 하나 전면에 나서는 이가 없다.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세종시당에서만 `이춘희 세종시장과 민주당의 對충청권 사기극의 본질`이라고 규탄 성명을 발표했을 뿐이다.

민심에 부합하는 동시에 정부 여당를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을 수 있는 호재임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개헌을 바라보는 중앙당의 입장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동안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동시개헌 자체를 반대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개헌에 대한 개별입장 피력도 자제시켜왔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정치인은 당론보다 민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행정수도 문제는 충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이번 자문안이 수정될 여지가 남아있고,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여야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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