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미투(#ME TOO) 열풍으로 뜨겁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시작된 이 해시태그 운동은 현직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우리 사회에 불씨를 지폈고, 그 불길은 문화예술계에서 교육계, 종교계, 의료계,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마치 거대한 화산이 폭발해 사방으로 퍼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비단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며 일시적, 일회적인 문제도 아니다. 오랫동안 권력의 속성 안에서 강자는 약자를 그들의 욕구와 이익을 취하기 위해 수단과 도구로 삼아 일방적인 폭력과 착취를 자행했으며, 관행이라는 이름과 무관심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불평등한 힘의 논리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건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재개발사업의 과정에서 도시와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명분 하에, 거대한 자본과 공권력의 힘에 밀려 수십 년간 대를 이어온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야 했던 철거민의 피해와 상처는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의 결과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재능으로 활성화시킨 그들의 지역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건물주나 기업형 자본들의 압박에 못 이겨 힘없이 쫓겨나고 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계층 간의 갈등과 불균형이 심화된 사회의 한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치적 이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책과 투기자본의 전횡으로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지만, 평생 돈을 모아도 집 한 채를 살 수 없는 대다수 도시인이 받는 상대적 박탈감은 주거를 건축과 삶의 관계로 보지 않고 부동산이라는 경제적 힘의 논리로만 보는 사회적 구조의 한계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은 급변하는 산업화의 고속 성장 속에서 인간 중심적인 가치와 공동체적 삶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권력이나 물질만능의 가치를 통하여 오로지 외형적, 성과주의적 성장에 매달려온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며, 현재 진행형이자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물성이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흐르는 속성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하지만 그 흐름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며 오히려 역으로 편취해 그나마 있던 힘도 빼앗아 버려 불평등한 사회적 구조가 심화되어서는 바람직한 공동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부당하게 빼앗긴 자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공감의 자세로 소통하고 나눔으로써 끊임없이 노력하는 구성원의 자세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무어는 `I love you`라는 자신의 말에 항상 `Ditto`라고 소극적으로 대답하는 남자 친구에게 서운해했지만, 사랑의 감정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떠난다는 패트릭 스웨이지의 `Ditto`라는 말에 서로를 확인하고 눈물짓는다. 디토(DITTO)는 `동감이다`라는 뜻으로 다소 소극적인 표현이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자로서 미투(ME TOO)를 외치는 그들의 용기와 적극적으로 함께 싸우는 위드유(WITH YOU)의 노력에 공감하며, 이 시대의 평범함 시민으로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당신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작지만 마음을 담아 외쳐본다. 디토(DITTO)! 이상우 건축사사무소 에녹 건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