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속에서 오랜 시간 억눌렸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뜨거운 공감을 얻은 웹툰 `며느라기`는 평범한 며느리가 겪는 일상 속에서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깨닫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해냈다. 이뿐 아니라 며느리에 대한 모든 억압과 착취에 맞서겠다는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 23년간 맏며느리 자리를 지켜온 저자가 시부모에게 `며느리 사표`를 제출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등 가부장 중심의 가족 구조에서 대표적인 `을`에 해당하는 며느리들의 반란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부간 갈등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 사이에서 당사자임에도 방관자 역할을 해온 남편과 시아버지가 더 문제라는 사실이다.

며느리들의 눈부신 활약과 더불어 최근 사회적으로 거침없이 일고 있는 미투(#me_too) 운동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 권력형 폭력 문화가 여성을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얼마나 학대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실제로 성폭력에 비교적 관대했고, 오히려 피해자 여성의 처신 탓을 돌리며 그녀를 침묵하도록 강요해왔다. 이번 미투 운동은 성폭력의 사회적 판단 기준을 일깨우며 일상에서 여성들이 처한 고질적인 병폐를 알리고 있다.

오랜 침묵을 깬 여성들의 발언은 그녀들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처한 위치상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문제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성은 가부장제의 수혜자이며 여성만 피해자인 것도 아니다.

최근 미투 운동에 남성들도 조금씩 동참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사회 안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 또한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고, 섣불리 결론 내려져서는 안 되겠지만 가부장제 속에서 남성 역시 궁극적으로 피해자일 뿐이다. 한국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변해야 할 것이다. 이슬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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