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헌법자문특위가 수도조항을 헌법 1장 총강에 삽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 개헌 자문안을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행정수도에 대한 규정이 헌법이 아닌 법률로 위임하는 초안이 제시돼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인 세종시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자문안에는 문재인 정부가 수차례 약속했던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지않아 문 대통령이 자문안을 수정해 발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헌법자문특위에 따르면 자문안에는 현행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수도조항을 헌법 1장 총강에 삽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조항은 헌법에 직접 수도를 명시하지 않고, 법률로 수도를 정하도록 함으로써 `행정수도=세종`을 법률에 명문화한다는 구상이다.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도조항은 헌법 총강에 들어가는 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특위가 자문안을) 만들어서 보고했다는 것만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습헌법에 발목 잡혀 무산된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으며, 행정수도가 지정되면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까지 고려중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헌법 본문이 아닌 법률로 위임할 경우 행정수도의 위상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물론 `국민 동의`를 전제로 개헌안에 행정수도를 명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과 다르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한 자문안에는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의지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정부`를 비롯한 강력한 분권을 지향하는 표현 대신 점진적인 분권을 표방하는 문구를 채택하고 구체적인 지방분권 조항은 법률에 위임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시민들이 지방분권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흐름은 공감했지만, 지방분권을 담당해 책임져야 할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에 대한 불신이 많은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과 관련한 조항은 신설됐다. 특위 내에서 자치입법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자치입법권의 인정 범위를 두고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돼 단일안을 마련하지 않고 복수안을 제시했다. 김종철 부위원장은 "자치재정권 관련해서도 자치재정의 확충 없이는 지방분권을 실질화 할 수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으나, 국가 자원 배분과 직결되므로 이를 현실화할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복수안이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특위로부터 자문안을 넘겨받은 문 대통령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오는 21일 정부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특위가 제시한 복수안이 아닌 새로운 안이 나올 수도 있어 행정수도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위가 내놓은 자문안 중 대통령께서 선택할 게 없다면 새로운 안이 나올 수도 있다"며 "아마도 유관된 수석들과 회의를 하면서 여러 쟁점들에 대한 당신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할테고, 이후 조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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