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오후 충남도청 도지사 집무실과 도지사 관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안희정 전 지사 성폭행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검 수사팀 10여 명이 현지에 투입된 모양이다. 충남도청에 검찰 수사인력이 들이닥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전 선화동 도청사 시대를 끝내고 내포로 이전한 충남도 입장에선 낭패가 아닐 수 없으며 그럼에도 올 게 오고야 말았구나 하는 데 생각이 미친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은 안 전 지사 사건 관련한 행적과 동선, 업무 상황 등 자료를 확보하는 데 있었을 것이다. 한차례 소환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적이고 불가피한 대응으로 간주된다. 도지사 집무실과 관사를 특정해 꽤 강도 높게 훑고 지나 간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안 전 지사가 직을 떠나긴 했지만 도지사 집무실과 관사는 그가 받는 혐의점들에 대한 증명력 있는 자료나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핵심적인 공간에 다름 아니다. 검찰도 이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수색 영장을 집행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사팀이 두 곳에서 유의미한 수확을 거두게 되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을 부정하면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안 전 지사의 주장과 논리가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 하다. 또 하나,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또 다른 도정 경영상의 문제점들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는 이른바 `별건(別件)수사`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법이다. 도정 최고책임자가 사용한 공간을 뒤지게 되면 본래 사건과는 별개로 다른 영역의 위법성 정황들이 발견될 수도 있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는 8년 충남도정의 상층부에 있었다. `미투`가 도화선이 돼 지금은 급추락했다지만 그는 정치적 실력자였고 밖으로 도는 시간도 많았다. 그러다 보면 비공식 루트와 끈이 맺어지는 수가 있다. 무슨 일이 더 터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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