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 23대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이 선정됐다. 3년에 한 번씩, 회장 선거가 가까워져 오면 지역 경제계는 누가 선출될 지 들끓는다. 이번 선거도 그랬다. 올해 초부터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제계 거목들의 이름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렸고, 추대냐 경선이냐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혹자는 이 자리를 두고 지역 경제계의 `수장`이라는 표현을 쓰는가 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측 선거대책본부는 선거가 과열되면 안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누군가는 낙선이란 고배를 마셔야 하는 탓에, 당락이 결정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 했다. 선거가 끝나면 후유증을 하루 빨리 해소하고 지역 경제계가 화합하는 것이 우선이라 강조했다.

겉은 그러했는데, 속은 그렇지 않았다. 의원선거가 있었던 지난 6일 대전상의 1층 로비는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문과 후문으로 뚫린 건물 입구는 후보로 나선 이들의 회사 직원들 20여명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얘길 들어 보니 한 후보에서 직원들을 다수 동원하면서 상대 측 후보도 급히 직원들을 불러모았단다. 투표를 하러 온 회원사들의 안내를 돕기 위해서란 말도 덧붙였다. 대전상의 건물이 안내를 받아야 할 만큼 복잡한 곳이 아닐텐데 말이다. 왜 그 곳에 있어야 했는지 궁금한 직원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후보 이름을 내건 배너를 세웠다가 상대 후보의 항의로 배너를 치우기도 했다.

회장 선거 결과는 61대 47. 당선된 정성욱 ㈜금성백조주택 회장은 투표에 참여한 의원 108명 중 56.4%의 지지를 받았다. 의원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치인데, 이는 반대로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정 회장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과로만 봐선 선거 이전부터 강조해오던 화합의 필요성이 짙어졌다.

화합은 겉과 속이 달라선 안된다. 겉은 화합인데 속은 분열이라면, 화합의 주된 의미가 무너지게 된다. 우려하던 후유증이 생겨나고 이를 봉합하기 위해선 각고의 시간이 소요된다. 다시 3년이 흐를 것이다. 회장선거가 다가오면 지역 경제계는 또 다시 들썩일 것이다. 그 때도 화합을 주장하며 목소릴 높인다면, 이미 분열이 됐다는 증거다. 김대욱 취재 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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