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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다리·젓가락 바위…이름도 재밌지요, 홍주성 한바퀴

2018-03-13기사 편집 2018-03-13 16: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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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흐르는그곳 골목길] 28. 홍성전통시장-들꽃사랑방

첨부사진1홍주의병기념탑. 사진=김정원 기자
충남 홍성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있는 곳으로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과거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홍성 곳곳에는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어 시대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홍성군은 홍주 천년의 역사를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지역 내 구간을 홍주성 천년여행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완연한 봄날씨를 보인 지난 9일 오전 홍주성 천년여행길 구간 중 홍성전통시장부터 오관리 당간지주, 천주교 십자가의 길, 홍주의사총, 들꽃사랑방으로 이어지는 길을 직접 걸었다. 홍성전통시장 입구부터 출발했다. 홍성전통시장은 1일과 6일 오일장이 열리며 이날 역시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신선하고 질 좋은 채소와 해산물 등 먹거리는 물론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정이 넘치는 곳이다. 시장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섰다. 낮은 주택들과 냇가가 이어지는데 바닥에 구멍이 뚫린 다리가 보였다. 홍성천뿅뿅다리다. 오일장과 오관리를 연결하고 있다. 개천을 건널 수 있도록 공사장 발판으로 사용하는 구멍 뚫린 철판을 이용해 다리가 설치돼 뿅뿅다리라고 불린다. 10-20여년 전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근에 아치형 다리가 조성돼 뿅뿅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아직도 아련한 옛 추억을 생각하며 이 다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곳곳에는 벽화가 조성돼 있다. 옛 홍주시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조금 걷다 보면 두개로 솟은 바위가 나온다. 오관리 당간지주다.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 쉽게 지나칠 수 있다. 주택과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인 당간지주가 어우러져 있다. 높이 4.7m의 화강석재 2개의 기둥으로 된 사찰 당간지주인데 깃발을 다는 당간은 없고 당간을 지탱해주는 지주만 78㎝ 간격을 두고 마주 서 있다. 고려 양식의 수법으로 12-13세기경 제작됐으며, 이 주변 일대는 고려시대 절터로 전해진다. 오관리 당간지주 앞에 형성된 텃밭에서는 한 어르신이 냉이를 캐고 있었다. 묘한 풍경이다.

김은자 홍성군 문화관광해설사는 "과거 40-50년 전에는 당간지주가 논바닥에 있었는데 무엇인지 모르고 젓가락 바위라고 불렀다"며 "내가 초등학생일 때 이 일대에서 연날리기를 하거나 아버지와 쥐불놀이를 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주택 사이에 위치해 있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오관리 당간지주를 지나면 천주교홍주순교성지가 나오고, 맞은편에는 홍주읍성 전투에서 희생된 의병들의 유해를 모시는 홍주의사총이 나온다. 홍주는 의병의 고장으로 알려졌다. 홍성에서는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분개해 을미 홍주의병이, 1905년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에 반발해 1906년 병오 홍주의병이 각각 일어난다. 병오 홍주의병은 남포, 보령, 광천, 결성을 공략하고 홍주읍성에 머물렀는데 일본의 대규모 공격에 수많은 희생자를 내며 무너졌다고 한다. 당시 홍주성을 지키다 죽은 의병의 시신은 홍주성과 떨어진 현재 홍주의사총 자리에 묻혔는데 1949년 식수작업 중 의병들의 시신을 발견해 수습하게 된다. 홍주성 전투에서 죽은 의병이 많다는 의미로 구백의총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80-300여 명의 유골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위한 추모제도 매년 열린다. 홍주의사총 인근에는 홍주의병기념탑이 있다. 총과 칼을 들고 깃발을 올린 의병들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 기자는 잠시 이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사와 마주했다. 구국의 뜻을 품은 이들을 잊고 있었다는 미안함과 죄송함에 숙연해졌다.

홍성길동무 유수형씨는 "1949년 나무를 심는 작업 중 유골이 나오면서 과거 전투에서 희생된 의병들이 이 일대 묻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홍주의사총은 방치됐던 의병들의 시신을 수습해 모신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주성 전투에서 죽은 의병이 많다는 의미로 구백의총이라고 불렸는데 정확한 인원과 신원을 추정할 수 없다. 여전히 구백의총이라고 부르는 지역민들도 있다"며 "우리 국민은 나라를 위해 힘쓴 의병들의 고귀한 정신과 업적을 잊지 않고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지나면 솔숲이 나온다. 들꽃사랑방과 매봉재로 향하는 숲길이다. 인근에는 과거 원님터였던 한옥이 있다. 원님을 지냈던 분이 살던 곳인데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나무들 사이로 들꽃사랑방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심 속 공기와는 다른 상쾌한 공기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낮은 언덕에 위치한 들꽃사랑방에서는 홍성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 일대는 9월이면 하얀 구절초가 만발한다고 한다. 주민들 쉼터인 들꽃사랑방에 들어서면 각종 나무가 식재돼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다. 학생들이 그린 엽서와 방명록도 있다. 들꽃사랑방을 찾은 기념으로 방명록을 남겼다. 들꽃사랑방의 또 다른 문을 지나면 체험장이 나온다. 가마솥에서 말린 구절초 줄기와 꽃을 달이고 있었다. 이틀 동안 이 작업을 한 뒤 대추와 생강을 넣고 하루 더 끓여 엿기름을 넣으면 조청이 완성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두부만들기, 육묘생산 체험 등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야생화 자연학습장으로도 유명하다.

홍성에 사는 박명숙(57)씨는 "용봉산을 자주 오르는데 오늘(9일)은 매봉재를 오르려던 중 들꽃사랑방이 보여 찾았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기 좋은 코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곳에서 따뜻한 구절초 꽃차를 마신 뒤 수제딸기잼을 사왔다.

홍성길동무 유수형씨는 "홍성은 역사의 현장이다. 지역 곳곳에 역사문화재가 있어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며 "들꽃사랑방을 찾아가는 길은 야생화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가을철 구철초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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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홍주의병기념탑. 사진=김정원 기자
첨부사진3홍주의사총. 사진=김정원 기자
첨부사진4들꽃사랑방에서 구절초 등을 넣고 조청을 만들고 있다. 사진=김정원 기자
첨부사진5당간지주. 사진=김정원 기자
첨부사진6당간지주. 사진=김정원 기자
첨부사진7들꽃사랑방 내부 모습. 사진=김정원 기자
첨부사진8들꽃사랑방 전경. 사진=김정원 기자
첨부사진9뿅뿅다리. 사진=김정원 기자
첨부사진10들꽃사랑방에서 진행하는 육묘생산 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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