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뉴스의 홍수라고 할 만하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들에 거의 압사할 지경이다. 양만 많은 것이 아니라 모두 핵폭탄 급이다. 마치 폭탄 하나가 터지자 이 폭발을 가리려는 더 큰 폭발이 연쇄적인 이어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굉음이 단순히 소음이라는 말은 아니다. 뉴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깨어있는 시민정신을 기본에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일들은 명현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병이 낫기 위해서 곪은 것들이 드러나는 아픈 시기를 겪는 과정 말이다. 이렇게 뜨거운 순간 삶을 되돌아보며 침묵해야 한다는 속삭임을 듣는 사람 또한 나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시인의 임무는 이것이다. 요동치는 삶의 표면을 바라보면서 저 바닥의 속삭임을 듣고 말하는 것. 시인 곽재구를 보자.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렇게 삶의 바닥을 만지작거리며 침묵해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언젠가는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서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순간은 고통의 시간이고 시는 주로 이때 발화한다. 간혹 밝고 웃음을 주는 시도 있지만 대부분 고통스러울 때 시를 쓰고 또 찾아 읽는다. 그래서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소재로 바라보는 일은 시인의 직업병이다. 하여간 진실의 순간이 비극에 가깝다면 삶은 허망한 것일 수 있다. `전도서`의 한 부분. `은줄이 풀리고 금그릇이 깨지고 항아리가 샘 곁에서 깨지고……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하나님께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흥타령`의 한부분도 비슷한 정서를 가진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

이 허망을 잊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길가메시가 파란만장한 여행의 끝에 깨달은 인생의 답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인생의 처음과 끝은 정해져 있으니… 놀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다.`

`최초의 3분`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의 말도 곱씹을 만하다. `우리가 우주에 대해 이해하면 할수록 우주는 더 무의미해 보인다.` 가끔은 이렇게 삶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일은 중요하다. 삶은 여러 겹이기 때문이다. 김병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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