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국내 유명배우가 출연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라는 드라마가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런데 종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당 드라마의 간접광고 제품인 가방을 생산하는 G업체로부터, 가방 뿐 아니라, 핸드백, 컵, 마우스 패드, 핸드폰 케이스 등 광고하지 않았던 자사 상품의 위조품 수만 여점이 마치 해당 드라마를 통해 광고되었던 정품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중국에서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이후 한국드라마가 방영되지 못하면서 한류와 한류상품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에서 한국산 제품의 품질에 대한 좋은 인식은 아직까지 여전한 것 같다. 해외에서 우리 상품의 위조품 제조·판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판매수법은 더욱 교묘해지면서, 가짜 홈페이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다른 나라에 위조상품을 버젓이 수출하고, 심지어 상품 박람회나 전시회에 위조품을 정식으로 출품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우리기업 제품과 유사한 위조품을 제조, 판매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등장과 더불어 위조품 제조는 더욱 쉬워지고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양한 신기술로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 및 유통 비용을 낮춰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그만큼 위조상품의 생산 및 유통도 용이해져,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기업은 자칫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필자가 특허청장으로 부임한 100일째 되는 날, 지식재산을 통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재산 정책 비전과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비전을 구상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 중 하나가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먼저, 우리기업이 현지에서 발생하는 지재권 분쟁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해외에서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국내에서 발생한 것보다 대응하는데 훨씬 더 어려움이 있다. 해외 정보획득이 쉽지 않은데다, 중소기업의 경우, 전문 인력이나 비용 측면에서 신속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조상품 유통정보, 해외 상표브로커 무단 선점, 특허분쟁 등 지재권 분쟁 관련 기초정보 등을 신속히 입수해 기업들에게 통보해 주도록 했다. 모니터링 지역도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우리기업이 많이 진출한 지역으로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둘째, 해외 IP 종합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먼저 IP-DESK 설치 지역을 2022년까지 22개소로 확대하고, 변리사·변호사 등 지재권 전문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분쟁 발생 시 현지에서 신속한 대응지원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응에 시간과 전문성을 요하는 사안은, 국내 지원기관과 연계해 권리분석, 자료수집, 대응전략 마련 등을 통해 종합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셋째, 해외 진출기업의 지재권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재권 예방 컨설팅을 통해, 수출 준비단계, 초기단계, 육성단계 등 수출단계별로 해당 분쟁 상황에 따라 위험회피분석 등 분쟁예방 전략을 제공하고, 금년부터 한류 콘텐츠와 관련된 상품의 해외 진출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수출단계까지 권리보호, 분쟁대응, 라이선스 등의 전략 수립도 지원한다.

끝으로 해외 정부기관과의 청장회담, 단속공무원 교류협력, 위조상품 식별설명회 등과 같은 국가 간 업무협력을 통해 우리기업이 지재권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도 해외 어디선가 한국 제품으로 둔갑한 정체불명의 제품이 기업의 이미지, 나아가 국가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현실로부터 기업의 상품가치와 국가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은 진출하기 전 빠른 시기에 지식재산을 출원해 권리를 선 확보해야 한다. 선 확보된 지식재산권은 해외에서 기업의 비즈니스를 지키는 방패이자 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윤모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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