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각계각층으로 번져나가면서 남성들 사이에서는 `펜스 룰`(Pence rule)이 미투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펜스 룰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미국 남침례회 목사인 빌리 그레이엄이다. 빌리 그레이엄이 1948년 미국 캘리포니아 머데스토 집회에서 성적 부도덕 의혹을 피하기 위해 아내가 아닌 여성과 단둘이 만나거나 식사하는 행위를 하지 말자는 등의 원칙을 제시해 `빌리 그레이엄 룰`이라 불렸다. 이후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이를 실천한다는 인터뷰가 소개되면서 `펜스 룰`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펜스 부통령이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이던 2002년 한 인터뷰에서 "보좌관은 남성으로 임명하고, 아내를 동반하지 않으면 술을 제공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술을 마시고 느슨해지면, 여성을 옆에 두고 싶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펜스의 이 철학은 여성과 남성을 성적 관계로만 규정한다는 점에서 성 차별적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확산하면서 일각에서 펜스 룰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우려된다. 직장에서 여성 직원들과의 저녁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회식을 하더라도 2차는 노래방 대신 커피숍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 남자와 여자를 엄격하게 구별했던 내외법이 부활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같은 펜스 룰에 대해 페이스북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도 일침을 가했다. 샌드버그는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반발로 여성 동료와의 회동을 꺼릴 우려가 있는데 "그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여성 동료와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 직장 내 성희롱을 해결하기보다 여성들이 업무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펜스 룰을 지키겠다는 남성이 있다면 직장에서 그 누구와도 식사하지 않거나 남성과 여성 모두와 함께 식사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남녀가 공존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과의 교류 자체를 피한다고 미투의 공격을 막을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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