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의 미투(#me_too)운동! 또 다른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비리 수사가 묻힐 정도다. 그전에도 심심치 않게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전직 대통령의 비리 관련 재판도 시들해질 만큼 핵폭탄급 사건이 터졌다.

시민들은 과연 미투의 가해자들이 정의에 불타는 작가정신으로 한 시대의 불의에 저항했던 사람들인가 하고 의심할 것이다. TV나 지면 등을 통해서 접해보는 그들은 고상하고 시대의 양심가로 비춰지지 않았던가. 과연 그들이 정말 그랬을까 잠시라도 의심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했으리라. 그 가해자와 피해자 주변에 있었던 작가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작가정신, 시대적 양심은 다 어디에 팽개치고 고상한 척 글만 썼단 말인가? 라고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 대한 과감한 일탈 정도! 자유로운 정신세계의 표출정도로 치부하고 작가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그저 스승과도 같은 대선배 작가에게 누구도 저항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많은 문인들이 소극적으로 그 자리를 도망쳐 나오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냥 묻혔을 뿐이다. 소외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대응매뉴얼이 없어 우왕좌왕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침 미국에서 제안되고 2017년 10월 처음 시작된 미투운동을 통해 우리도 좀 더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피해 여성의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겠지만 각계각층의 썩은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바타유는 `불가능`에서 "정신은 반항한다는 점에서 인간적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 필자는 바티유의 말을 밀려 피해여성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있었던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거부하고, 반항하라! 그대가 분노하는 것은, 단지 그대가 자연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거부한다는 건 명징한 의식에 속하며, 가능성의 다양한 양상들을 명료하게 구별해내는 능력이다. 가장 먼 경지까지 추구하는 자질은 침착한 주의력에 속한다. 되돌릴 길 없이 그대 자신을 내던지는 게임, 주어진 모든 것을 뛰어넘어 돌진하는 자세에는 무한정한 웃음뿐 아니라 완만한 사색도 요구된다"라고. 필자는 일부 작가들의 일탈행위에 분노하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글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된 작가정신이다. 박종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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