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매우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서양음악과 19세기 건반 악기의 역사에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인 쇼팽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매서운 추위가 지나고 새로운 희망과 삶의 계절인 봄을 맞이하여 촉촉하고 쌀쌀한 비가 온 뒤의 향기 가득 한 커피 한 잔과 어울릴 법 한 쇼팽의 녹턴의 계절이기에 쇼팽과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의 `쇼팽 노트`를 언급 해 보고자 한다.

앙드레 지드의 쇼팽 노트에서 그는 "슈만은 시인이다. 쇼팽은 예술가이다. 시인과 예술가는 전혀 다르다."라고 쇼팽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했다. 시적이고 차분한 지드 특유의 문체를 느낄 수 있는 쇼팽 노트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작가 자신의 모습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을 만큼 학구적이고 분석적이다. 리스트의 `쇼팽 나의 친구`를 연상케 하는 책으로 쇼팽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와 함께 실제 연주자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지드는 쇼팽이 처음으로 sfogato(공기처럼 가볍게)라는 단어를 사용한 작곡가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쇼팽 노트에서 시인 발레리의 "이 느림보다 더 부드러운 예술이 있을까?"를 인용하면서 쇼팽의 음악을, 단순히 즐겨 듣는 수준을 넘어 전문적이고 학구적인 지식으로 쇼팽의 녹턴만큼이나 아름답고 잔잔한 시 한 편처럼 표현했다. 지드는 더 나아가 "쇼팽이 발레리보다 한 수 위인 것은 그는 즉시 이 단순한 자료인 음표에 매우 인간적인 감정을 침투시켜 매우 웅장함으로까지 확장시킨다."라고 했을 만큼 40년 넘게 그의 음악을 깊이 연구해 글로 남겼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드의 `쇼팽 노트`가 잔잔하지만 강렬한 여운과 당장이라도 쇼팽의 녹턴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주는 것은 동시대의 화가이자 음악에 대한 깊이와 관심이 뛰어났던 칸딘스키의 저서 `소리`에서 느껴지는, 조금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며 포괄적인 자신의 느낌(feeling)을 바탕으로 한 듯한 글과 비교 하면 더욱 확실히 와 닿는다. 예술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전문적인 지식과 확신을 바탕으로 글로 전달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드가 단순히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 전문적인 실력을 갖춘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칸딘스키는 음악을 좋아했지만 자신이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화가면서 동시에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파울 클레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가수이자 연기자, 의사이자 음악가 등 여러 가지 재능과 직업 (multi talented)을 가진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는 오늘 날, 그들이 쓴 책들도 따라서 점점 많이 출판되고 접하게 된다. 지드의 `쇼팽 노트`를 읽으며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분명한 것과 희미한 것` 중 분명히 아는 것은 내 것이지만, 희미하게 아는 것은 남의 것입니다." 조윤수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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