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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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중소기업에 다니는 곽선영(35)씨는 최근 거래처 직원이 악수를 청하면서 "이건 미투 대상 아니죠?"라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상했다. 곽 씨는 "약간 비아냥 거리듯이 이야기하는 데 아직도 미투 운동이 왜 일어나는 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의 또 다른 중소기업에선 얼마 전 부장급을 제외하고 팀별로 소규모 회식을 가졌다. 이 기업 관계자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급자들이 회식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카드만 받아서 1차로 밥만 먹고 가는 것으로 최근 회식 분위기가 굳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전반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성폭력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여직원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회식을 없애거나 하더라도 1차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에서는 회식을 여직원과 남직원을 따로 하자는 의견이 나와 내부 논의 중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혹여라도 자신이 미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아예 회식을 구분하는 걸 공론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회식을 자제하면서 실제 지역 일부 식당가는 매상이 절반으로 떨어진 곳도 나타났다.

둔산동의 한 중식당은 지난 달과 이달초까지 지난 해에 비해 50% 매상이 감소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식당 관계자는 "겨울이어서 회식이 많지 않은데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회식 횟수가 줄어들어 매상이 절반이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추행 등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여성들과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펜스 룰`이 `미투 운동`의 반작용처럼 등장하자 여성들은 미투 운동을 왜곡하는 또 다른 성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김희영(30)씨는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 예전엔 남녀직원 구분없이 편하게 이야기했는데 최근엔 여직원에게 업무상 외 말을 걸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며 "점심도 남직원끼리만 먹으러 가는 모습을 보고 소외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에 대한 과도한 경계가 여성을 배제하는 방향성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경희 대전여성연합 상임대표는 "미투 운동은 건강한 성평등 의식 자정 계기, 건강한 조직 문화 구축 등을 위한 운동인데 회식 때 자리를 따로 앉고 여성을 제외한 회식을 하는 등의 모습은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회로 보기 어렵다"며 "회피가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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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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