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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손만 스쳐도 '움찔'… 미투 이후 또다른 차별

2018-03-07기사 편집 2018-03-07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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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지역 중소기업에 다니는 곽선영(35)씨는 최근 거래처 직원이 악수를 청하면서 "이건 미투 대상 아니죠?"라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상했다. 곽 씨는 "약간 비아냥 거리듯이 이야기하는 데 아직도 미투 운동이 왜 일어나는 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의 또 다른 중소기업에선 얼마 전 부장급을 제외하고 팀별로 소규모 회식을 가졌다. 이 기업 관계자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급자들이 회식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카드만 받아서 1차로 밥만 먹고 가는 것으로 최근 회식 분위기가 굳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전반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성폭력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여직원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회식을 없애거나 하더라도 1차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에서는 회식을 여직원과 남직원을 따로 하자는 의견이 나와 내부 논의 중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혹여라도 자신이 미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아예 회식을 구분하는 걸 공론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회식을 자제하면서 실제 지역 일부 식당가는 매상이 절반으로 떨어진 곳도 나타났다.

둔산동의 한 중식당은 지난 달과 이달초까지 지난 해에 비해 50% 매상이 감소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식당 관계자는 "겨울이어서 회식이 많지 않은데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회식 횟수가 줄어들어 매상이 절반이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추행 등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여성들과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펜스 룰'이 '미투 운동'의 반작용처럼 등장하자 여성들은 미투 운동을 왜곡하는 또 다른 성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김희영(30)씨는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 예전엔 남녀직원 구분없이 편하게 이야기했는데 최근엔 여직원에게 업무상 외 말을 걸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며 "점심도 남직원끼리만 먹으러 가는 모습을 보고 소외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에 대한 과도한 경계가 여성을 배제하는 방향성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경희 대전여성연합 상임대표는 "미투 운동은 건강한 성평등 의식 자정 계기, 건강한 조직 문화 구축 등을 위한 운동인데 회식 때 자리를 따로 앉고 여성을 제외한 회식을 하는 등의 모습은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회로 보기 어렵다"며 "회피가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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