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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컬링의 메카' 의성서 찾는 지방 위기 극복 해법

2018-03-07 기사
편집 2018-03-07 00: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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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는 올림픽 그 자체 뿐 아니라 남북단일팀 구성해 북핵 위기 속 남북대화, 우리 문화·예술과 미래기술의 저력을 보여준 개·폐회식 등 많은 화제거리를 낳았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주목받았던 것이 '갈릭걸스', '팀 킴'으로 지칭되던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이다. 특히 '영미~영미~'로 상징된 우리 여자 컬링의 선전은 하나의 신드롬을 형성했을 뿐 아니라, 인구 5만 남짓의 작은 소도시 경북 의성을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게 했다.

사실 경북 의성은 지난해부터 다른 이슈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었다. 지방소멸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의성군은 30년 후 인구가 현재의 20% 수준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돼 인구소멸 우려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됐다. 의성군은 2016년 신생아 수가 270여 명에 불과하며 유소년 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노령화지수 1위 지역이다. 인구는 20여년 동안 30% 이상 줄어든 5만 3000여 명선에 그치고 있다. 그간 파격적 수준의 출산장려책과 전입대책이 추진되었으나 주민들은 현 상황의 타계가 요원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성 출신 여자 컬링팀의 올림픽 선전과 세계적 주목, 그리고 근 20여 년에 걸친 그간의 노력을 살펴보면 지방소멸 시대에 지역 생존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북 의성은 당초 '씨름'과 '마늘'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던 지역이다. 의성군과 몇몇 스포츠 지도자들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컬링의 육성을 기획하던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여전히 씨름이 인기 있었을 때였다. 하지만 2000년을 전후로 산업 고도화와 농구·배구 등 타 스포츠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씨름'과 '마늘'의 고장이라는 의성의 브랜드와 정체성도 동시에 약화되기 시작했다. 컬링 육성이 지역에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던 시기에 의성은 주변의 반대와 무관심, 예산의 제약적 한계 속에서 2006년 컬링장 건립, 의성여고 컬링팀 창설 등 지역이 할 수 있는 각고의 노력을 묵묵히 경주했다. 그 결과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그 결실의 일부를 꽃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경북 의성이 컬링을 통해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발전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북 의성의 사례가 앞으로의 지방 중소도시가 어디에서부터 살 길을 모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역 특화 콘텐츠의 지속적 육성'이라는 한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지역은 뚜렷이 드러나진 않더라도 그간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 온 특화된 문화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급속한 매스미디어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매일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현 시대의 대중은, 항상 무언가 독특하고 스토리 있는 차별화 된 콘텐츠에 주목한다. 의성이 과거 씨름을 통해 스포츠라는 콘텐츠의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고, 그 부침과정에서 낯설긴 하지만 익숙한 테마인 스포츠 중 하나인 '컬링'을 새로운 돌파구로 육성하여 지역 가치를 제고하고자 했던 과정은, 앞으로의 지역 발전과 경쟁력은 전혀 새롭거나 경쟁상대가 많은 콘텐츠로 'Number One'이 되는 전략이 아닌, 지역에 친숙한 자산을 중심으로 독특한 스토리와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콘텐츠로 'Only One'이 되는 전략을 끈기 있게 추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브랜드노믹스(Brandnomics). 세계적 경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가와 지역의 생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우리의 독창적 문화·예술 콘텐츠를 세계적 트렌드에서 재해석하여 새로운 경제·문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한류'(韓流)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지방 위기의 시대에, 지역 생존과 발전의 모멘텀을 저마다의 '한류', 저마다의 '갈릭걸스'에서 찾아봄이 어떨까. 서민호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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