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틈도 많지 않다. 자본주의로 무장한 한국 사회는 모든 사람이 경쟁에 뛰어들기를 강요하는데 엄마가 되는 것 역시 새로운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남들보다 아이를 잘 키워내야 한다는 모성과 부추겨진 소비 사이에서 엄마들은 고군분투하지만 늘 불안하고 자책한다. 한국 사회에서 엄마는 조금만 실수해도 `맘충`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감정을 조금 솔직하게 드러내면 `모성애가 없는 엄마`, `이기적인 여자` 취급을 받는다.
그동안 페미니즘 앞에서 우물쭈물했던 나는 육아를 하며 한국 사회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꼈고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고립된 엄마들 사이에 다양한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이면서 나를 잃지 않는 건 매 순간 갈등의 연속이자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모순과 투쟁하는 것과 같다. 나에게 육아는 하나의 생명을 통해 함께 하는 삶을 배우는 길이자, 결코 쉽지 않겠지만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자본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 연대하며 아이와 충만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진정 행복한 사회여, 어서 오라! 이슬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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