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의미에서는 공양(供養)과 보시(布施)는 같은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양은 나보다 훌륭한 분께 무엇인가를 올린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고, 보시는 상대방 신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베풀어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그 베풂의 내용이 물질적인 것인지 정신적인 것인지에 따라 둘로 구분된다. 즉 물질적인 보시를 재시(財施)라 하고, 정신적인 보시를 법시(法施)라고 한다. 공양도 보시와 마찬가지로 재공(財供)과 법공(法供) 둘로 구분된다. 여기서는 주로 재공의 의미로 사용한다.

종교적으로 공양이 베풀어지게 된 배경에는 자신이 행하지 못하는 범행(梵行)을 출가자가 대신 행함에 따라 재가자는 출가자가 필요한 물품, 즉 재시(財施)를 행하는 것이다. 한편 출가자는 자신이 수행하여 증득한 진리, 즉 법시(法施)를 행함으로써 재시와 법시 두 가지가 동시에 구족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호 작복(作福)과 복전(福田)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덕목보다도 공양이 강조되었던 것이다. 흔히 사사(四事) 공양이라고 하여 네 가지 공양물들이 출가자에게 헌납되었다. 네 가지 공양물이란 승려 혹은 수행자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음식·의복·와구(침구)·의약 등을 말한다. 무소유의 삶을 영위하는 출가자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은 재가자의 시여(施與), 즉 공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선남자 선여인들이여, 만일 마음을 돌려 신앙하고 복을 닦고자 하면 세 가지 복밭(福田)이 있다. 첫째는 불보(佛寶)요, 둘째는 법보(法寶)요, 셋째는 승보(僧寶)이다. 승보를 공양하면 그 복이 백배로 늘어날 것이요, 법보를 공양하면 그 복이 천 배, 불보를 공양하면 그 복이 만 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삼보를 공양하면 무한한 복이 되느니라" `섭대승교왕경(攝大乘敎王經)`에서 말하고 있다. 이는 출가수행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출가수행자와 재가수행자 모두의 행복을 위한 부처님의 일체지혜의 말 일 것이다.

`분별보시경(分別布施經)`에서는 "사람을 가리지 말고 평등한 마음으로 골고루 보시하라. 그러한 공덕은 내게 보시한 공덕과 다름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 `잡아함경`에 보면 보시에 대한 한 바라문과 부처님께서 나눈 대화가 나온다. "부처님 제가 듣기로는 부처님께서 `오직 나에게 보시하면 큰 공덕을 얻고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면 공덕을 얻지 못한다`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은 나를 비방하려는 사람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법다운 말도 아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위와 같이 부처님은 항상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어라 사람을 가리지 말고 베풀어야 한다"라고 말씀 하셨다. `법화경`에 보면 가까운 가족을 비롯하여 이웃 등, 모든 사람이 모두다 부처라고 말하고 있다. `상불경보살품`에서 상불경보살이 모든 이들에게 "당신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존경합니다. 당신은 부처를 이룰 것입니다"라고 하였듯이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이들을 부처로 알고 존경하고 공양·보시 할 때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고 불우한 이웃을 져버린 채 일신의 부귀와 복덕 만을 위해 많은 재물을 바쳐서 기도하는 것은 참된 복을 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분별없는 마음으로 청정한 마음의 밭에 복의 씨앗을 심어 위 없는 복을 받고 나누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길 발원해본다. 설문 용수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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