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2기의 첫 번째 양회(전인대 및 정치협상회의)가 개막되었다. 중국은 지난해 6.9%의 성장을 가뿐하게 달성하였으며, 드론·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선발주자로 나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 또 국가주석의 임기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을 통해 향후 10년간 리더십의 흔들림 없이 전속 질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되돌아보면 중국의 앞날을 예측하는 견해에는 늘 비관론이 우세했다. 예컨대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릴 만큼 독창적인 시각과 논리적인 입담으로 열강의 부침을 예언해 온 프리드먼(G. Friedman)은 중국이 곧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것으로 보았다. 그 주된 근거는 기업부채 규모가 임계치에 도달했으나, 실업 공포 때문에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을 끊지 못해 구조조정에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런 예측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은 다양한 성장통을 앓으면서도 굴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 한중 수교 이후 지난 26년 동안 중간재를 대량 수출하여 중국 팽창시대의 최대 수혜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Oxford Economics는 대중 교역과 경제성장률 간에는 정(正)의 관계가 있고, 그 추세선의 정점에 한국이 위치해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런데 사드 보복을 계기로 각종 약속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중국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이 노동·자본·시장을 모두 가졌더라도 불공정(unfair) 행위로 신뢰를 상실한다면 미래가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가는 중국에 인접한 한국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과 주변 4강의 경제관계를 둘러보면 사드 파동과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한국경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떨칠 수 없다. 우선 미·중 무역마찰이 심화되면서 양국 간 상호보완관계가 긴장관계로 치닫고 있다. 또 2000년 일본의 1/4이었던 중국의 GDP규모가 불과 17년 만에 일본의 2.5배로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경제의 균형추 역할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아시아 분업구조에서 중국 중심의 밸류체인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산업경쟁력은 불과 2.4년 앞서 있어 중국 제조업 변신의 목표연도인 2025년 경에는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중 효자 수출산업이 향후 5년을 보장받기 어려운 형국인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2기에 제조업 고도화와 서비스산업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정책을 근간으로 세계의 지도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중국과 일본을 멀찌감치 따돌린 당찬 나라가 아닌가! 우리가 중국을 바로 읽고, 국가적인 대응전략을 가다듬는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우선 제조업 분야는 범세계적인 과잉설비로 구조조정에 직면한 전통 산업에서 벗어나 AI와 빅데이터, 모바일로 무장한 첨단산업으로 중국을 공략해야 한다. 또 중국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부품소재로부터 조립과 장비로 부가가치 창출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절실하다.

둘째 독·미·일이 삼분하고 있는 소비재 시장은 패션·미용과 의료가 어우러진 코스메디컬 등을 중심으로 한 여성, 건강, 환경이라는 3대 화두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사드 분란 속에서도 지난해 대중 수출이 14% 늘어난 것은 중국이 필요한 반도체와 화학제품이 약진했기 때문이듯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소비재를 만들기만 한다면 14억 명의 시장은 무궁무진하지 않는가? 셋째 한중FTA의 서비스협상에서는 시장접근을 제약하는 규제장벽 제거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국은 지분투자를 통해 산업 연계를 강화하고,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중국 굴기와 변덕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임호열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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