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2246시간) 다음으로 많다. 가장 적은 시간 일하는 독일(1371시간)에 비해서 742시간 정도가 많다고 하니 `일 중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저녁 있는 삶`은 남의 나라 얘기고 행복지수도 OECD국가 중 하위권이다. 근로시간과 직접적으로 연관시킬 수는 없겠지만 자살율을 세계 최고고 출산율을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제는 70-80년대처럼 경제발전을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던 시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다행히 지난 2월의 마지막날 국회를 통과한 법에 따라 법정 근무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눈치 빠른 대기업들은 이미 주 35시간으로까지 줄이기도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외치던 야당이 어떻게 합의를 해줬을까. 이달에 대법원의 큰 결정이 나오는데 이것이 국회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경기도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의 소송에서 시작됐다. 근로기준법에는 1주일에 기본 40시간을 일하고 12시간을 추가로 일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60여 년 동안 1주일 기준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을 빼주면서 주말에 추가로 16시간 더 일을 시킬 수 있도록 총 68시간을 적용했다. 이에 이들은 1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안 들어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소송을 낸 것인데 1, 2심 판결 모두 환경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에서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뀌는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정치권에서 법 개정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쳐도 주 52시간으로 법정 근무시간이 바뀌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판결에 큰 구멍이 있다. 5명 미만의 사업체는 이번 법 개정에 빠져 무려 550여 만명이 제외된 것이다. 다른 나라에 없는 예외조항이기 때문에 조만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졌다. 기업들이 법을 준수하고 정부는 후유증 없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국민 모두가 `워커 홀릭`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삶을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나라`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진광호 지방부 충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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