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원소 이야기

원소 주기율표는 현대 화학의 토대이자 상징이다. 현대 생물학에 DNA 이중나선이 있고 현대 물리학에 원자 구조 모형이 있다면, 화학에는 주기율표가 있다. 주기율표는 1869년 멘델레예프가 당시로서 최선의 형태를 고안해 과학계의 인정을 받아낸 이래 150년 동안 화학의 굳건한 토대로 기능했다. 그 사이 우리의 지식이 원자의 실체조차 확신하지 못하던 수준에서 인위적으로 원자를 쪼개고 합하는 수준까지 팽창했음에도, 주기율표는 결코 기각되지 않고 오히려 범위를 넓혀가며 그 모든 지식을 담아내는 틀이 됐다.

`일곱 원소 이야기`의 저자는 저자는 각 원소마다 발견에 앞섰던 연구, 결정적인 실험, 관여한 화학자들의 성격, 새로운 원소의 화학적 속성, 과학기술 분야에서 드러난 응용성을 추적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만찮은 장애물을 극복했던 연구자들의 개인적 사연까지 상세하게 들려준다. 특히 20세기 시작부터 현재까지 몇몇 원소의 발견을 둘러싸고 벌어진 우선권 분쟁을 심도 있게 설명한다.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프로트악티늄(Pa), 하프늄 (Hf), 레늄(Re), 테크네튬(Tc), 프랑슘(Fr), 아스타틴(At), 프로메튬(Pm) 등 일곱 원소는 모두 우선권 분쟁의 대상이었고, 나아가 대부분은 국수주의적 동기에 잠식된 분쟁이었다.

결과적으로 실제 과학 활동에는 정치와 사회·문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무엇이 발견인지 합의하는 과정 자체도 지식 생성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 그리고 과학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반전과 방향 전환과 실수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 여러 과학철학적 논제들을 성찰하며 우리에게 생각의 거리를 던진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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