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이약 와인은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한 강건하고 남성적인 스타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샤또 뽕떼까네(Pontet-Canet)입니다. 1등급인 샤또 무똥 로칠드와 바로 인접해 있지만, 무똥이 쉽게 열리고 풍부한 반면 뽕떼까네는 쉽게 열리지 않고 타닌이 상당히 강합니다. 20여년전 프랑스 유학 시절, 다른 와인들보다 약간 더 비쌌던(95프랑/15,000원) 뽕떼까네 1993 빈티지를 맛보고 느꼈던 뽀이약 와인의 파워감에 대한 감회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자갈과 사암으로 이루어진 토양에서 독특하고 진한 향의 포도가 생산되어 뽀이약의 특색이 살아 있는 와인으로, 20~30년까지 장기 숙성할 수 있는 훌륭한 와인입니다.

뽕떼까네의 명칭은 지난 칼럼에서 소개드렸던 린치바쥬처럼, 18세기 초 루이15세의 신임을 받아 메독 지방의 총독이 되었던 귀족 장프랑스와 드 뽕떼(Jean-Francois de Pontet)가 본인 성과 지역 명칭(Canet)을 결합하여 만들었습니다. 1855년 메독 와인 등급 결정시 뽀이약 와인은 모두 18개가 선정되었는데, 그 중 5등급을 받은 와이너리가 12개(전체 5등급 18개의 2/3)에 달합니다. 린치바쥬와 함께 뽕떼까네도 5등급인데, 최근 급성장해서 웬만한 2등급보다도 더 인정받는 와이너리가 되었습니다.

뽕떼 가문 이후 1865년부터 110년 동안 크뤼즈(Cruse) 가문의 소유였다가 1975년 꼬냑 판매업자 귀 떼스롱(Guy Tesseron)에게 인수되어 1980년대부터 꾸준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뽕떼까네는 2004년부터 메독 등급와인으로는 유일하게 유기농 방식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에코서트(Ecocert)로부터 오가닉 인증을 받았고, 비오디뱅(Biodyvin)과 데메테르(Demeter)로부터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았습니다.

골프카트 형태의 전기차를 타고 이동하여 포도밭을 살펴보니, 포도에의 영양 집중을 위해 윗가지를 잘라내는 다른 와이너리와 달리 웃자란 가지를 치지 않고 옆고랑의 가지와 엮어서 아치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잡초도 많은 포도밭 한 가운데 돌로 쌓아 만든 닭장이 있고, 닭들이 포도밭을 헤집고 다니며 벌레를 잡아먹고 있네요. 방문 당일 보지는 못 했지만, 트랙터 사용을 줄이기 위해 2008년부터는 말을 이용해서 밭갈이도 한다고 합니다. 포도밭에 인접한 쪽에 한창 건물 공사 중이었는데, 말을 위한 축사를 재건축하는 중이랍니다. 양조장의 시설에도 커다란 도자기 형태의 항아리에서 마지막 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시음실 탁자 위의 냅킨도 동그란 자갈로 고정했더군요.

와이너리에서 시음한 와인은 2008년 뽕떼까네입니다. 보통 다른 와이너리에서는 세컨 와인과 와이너리 소유의 다른 지역의 와인도 함께 맛보라고 내놓는데, 1종만 달랑 시음하라고 주는 것도 제게는 자신감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뽕떼까네는 퍼플 컬러가 돋보이는 진한 레드색을 가진 와인으로 숙성되면서 산딸기, 삼나무, 담배, 오크 등의 미묘한 향과 짙은 과일향이 조화된 부드러운 아로마가 느껴지며 구조가 견고하며 균형 잡힌 바디가 특징입니다. 시음적기에 달하면 강하면서도 깔끔한 미감과 터프하지만 부드러움을 함께 보여주는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입니다.

어느 해에는 무똥 로칠드보다 더 좋은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고까지 칭찬받는 뽕떼까네는 제가 운영하는 클래식 와인 모임에서도 인기 와인입니다. 2002, 2007, 2011년 등 평년작 수준에 못 미치는 빈티지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마실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기에 정모 와인 리스트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뽕떼까네 2011년 빈티지가 포함된 뽀이약 와인을 시음한 작년 7월 정모는 공지 15분만에 24분 선착순 신청 마감의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었습니다. 신성식 ETRI 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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